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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2011. 12 (주)문화방송 12 2011 December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의 겨울은 따뜻합니다 여성시대가 흐르는 곳 추억이 모락모락 맛도 모락모락 이달의 편지 딸바보 아빠 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표1234(12월호) - 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2.pdf · 2017. 3. 14. · 라디오 2011. 12 (주)문화방송 12 2011•December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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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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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2

(주)문화방송

122011•December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여성시대의겨울은따뜻합니다

◆여성시대가흐르는곳

추억이모락모락맛도모락모락

◆이달의편지

딸바보아빠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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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가흐르는곳

추억이모락모락맛도모락모락

이달의편지

딸바보아빠외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여성시대의겨울은따뜻합니다 - 사랑의난방비

행복을찾는사람들

수술과비수술치료를아우르는척추전문병원

코너속편지

공무원에서의류샘플사로외

부부클리닉

고마워하는마음

아이와함께자라는부모

비극앞에서돌아보는부모의길

그사람의도전이야기

패션으로세상을바꾼디자인의혁명가 - 가브리엘샤넬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

아프니까중년이다

홍PD의달콤한이야기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기업은행협찬의월간여성시대는

작지만큰감동을전하고자합니다.매월 10일기업은행에서무료로배포하며,

이웃과함께보면감동이 2배로늘어납니다.

발행_2011년 12월 10일발행인_(주)문화방송대표이사_김재철

등록번호_라-5413 편집·제작_B&M 커뮤니케이션(02-2272-6046)

※본지는한국도서윤리위원회규정을준수합니다.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홍지은 방송_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열린전화_ 02-368-1500 문의_ 02-789-1339 주소_ (150-604) 서울 여의도우체국사서함 400호표지_ 김성신

2011.12+DECEMBER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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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04

여성시대/월간지/비매품/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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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04

글 I 성기애(여성시대작가) 사진 I 함수현여성시대가흐르는곳

05 2 0 1 1 . . + D E C E M B E R

옷깃을여미는계절, 겨울. 김이모락모락피어

오르는만두찐빵가게앞을지나는것만으로도마

음에훈김이가득들어찬다. 대전시대덕구중리시

장의한귀퉁이에자리잡은‘불티나만두찐빵’집

은하루종일만두와찐빵을빚고판매하느라분주

하다.

여성시대가족최경환씨가가게에나오는시간

은새벽5시. 가게에들어서자마자반죽기를돌리

고, 만두소에 들어갈 채소를 손질하여 씻고 다져

둔다. 직원인 아내와 처형이 가게에 나오면 본격

적으로 만두와 찐빵을 만들어 커다란 솥 안 가득

쪄낸다.

최경환씨가만두가게를시작한지는햇수로 11

년째. 하던사업이잘안되어서울에서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젊은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만두찐빵

가게를열게됐다. 만두찐빵이유명하다는곳은전

부찾아다니면서밤새만두찐빵을만들어내며자

신만의비법을만들기까지꼬박일년이걸렸다.

“맛을내기위해만두찐빵몇솥을쪄내고맛보

추억이모락모락맛도모락모락

- 대전시대덕구중리시장의최경환씨부부를찾아서

“맛을내기위해만두찐빵몇솥을쪄내고맛보고하면서도힘든줄몰랐어요. 그냥‘이일이참재미있다’이런생각으로오늘까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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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 0 1 1 . . + D E C E M B E R여. 성. 시. 대. 06

“가격을올리지않고맛을유지하기가쉽지않겠다고남들은말하지

만, 서민적인간식의대표인만두찐빵인만큼앞으로도이가격으로계

속유지하려고합니다. 저희들은많이팔아서좋고, 손님들은싸게드실

수있으니일거양득인셈이죠.”

최경환씨는판매보다는주로만들기를하느라주방쪽에있으면서도

언제나깔끔하게다려진셔츠에다가나비넥타이를매고일을한다. 옷

을제대로차려입고음식을만드는게음식에대한예의라생각한다.

겨울바람이아무리세차게불어온다해도어느귀퉁이언제나그대로

인맛과가격의만두찐빵가게가있다면그생각만으로도우리마음은훈

훈하게덥혀질것이다.

우리가이추운겨울에만두와찐빵을먹고싶어하는이유는아마도

마음에온기를담기위해서가아닐까싶다.*

고하면서도힘든줄몰랐어요. 그냥‘이일이참

재미있다’이런생각으로오늘까지왔습니다.”

일이취미이며특기라는최경환씨다.

불티나만두의특징은우리가보통알고있는만

두보다크기가작고모양이예쁘다.

“만두가한입에쏙들어가야육즙도흐르지않

고식감이더높아져요.”

만두를빚는솜씨가달인의경지가된아내신순

희씨의만두자랑은끝없이이어진다.

“보기좋은떡이맛도좋다고하잖아요. 저희들

은그래서만두를장미꽃모양으로빚어요. 한입

에쏘옥장미꽃을먹는것처럼기분좋게먹을수

있거든요.”

불티나만두찐빵의자랑은맛에만있는게아니

다. 가격도착하다. 만두가7개 1,000원, 찐빵이

4개1,000원이다. 만두한판, 찐빵한판은한끼

식사로도충분하다. 식재료값이꾸준히올랐지만

착한가격을고집하고있다.

“보기좋은떡이맛도좋다고하잖아요.

한입에쏘옥장미꽃을먹는것처럼

기분좋게먹을수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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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08 09 2 0 1 1 . . + D E C E M B E R

일러스트레이터김성신

이달의편지

09p_딸바보아빠

11p_생일에미역국을먹는이유

14p_어머니의뒷모습

18p _아직은살만한세상

22p_엄마의일기장

26p_한여사표국화빵

2011년 11월 1일부터 30일까지방송된사연들중가려뽑아실었습니다.

30p_저는행복합니다

34p_아, 나도실장님이되고싶다

37p_열여덟살의군인아저씨

41p_마음이쉬어가는자리

46p_걸그룹을사랑하는아버님

48p_여기는보호관찰소

Letter 01

딸바보아빠

노석명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어느새아내보다키가더커버린딸이다이어트를한다고난리입니

다. 제가보기에는딱보기좋은데, 어딜뺄데가있다는건지도무지이

해가안됩니다. 딸은덩치가커서웬만한사내못지않지만제눈에는

걸그룹‘소녀시대’처럼가냘퍼보입니다. 살은빼면되겠지만너무큰

발은줄일수도없고… 어쩔수가없었습니다. 딸의발은제발보다약

간작아여자의발치고는큰발이지요.

그러던어느날, 딸이예쁜하이힐을사가지고와서는약간작다면서

꽉끼는신발을신었다벗었다반복하더라고요. 그러면한치수큰걸로

바꾸라고했더니“안그래도큰발에신발까지크게신으면완전소도

둑놈발같다”면서큰발을원망하더군요.

그냥편한신발을신고다녔으면좋겠는데불편해보이는하이힐을

“내일꼭신고가야한다”고하니걱정이되었습니다.

제가보니발의길이는얼추맞는것같은데넓은볼이문제인것같

았습니다. 그넓고큰발로폭이좁은하이힐을신으려고하니신데렐라

도아니고, 너무발을혹사시키는것같았어요.

그래서폭을조금넓히면될거같았습니다. 예전에구두공장에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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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 0 1 1 . . + D E C E M B E R

제딸은여섯살입니다. 오늘이만다섯돌이죠. 요즘은유치원에서

생일파티를해줍니다. 그래서어제출근하여점심시간과퇴근후에이

리저리다니며파티에보낼음식을사느라바빴어요. 사진도많이찍을

테니입혀보낼옷도한벌사놓고요. 저렴하지만예쁜원피스로요.

어제퇴근해서‘아! 이제생일준비다했네’하며 딸아이랑도란도란

얘기를나누다가잠이들었습니다. 그런데새벽에문득눈이번쩍뜨였

습니다. 미역국끓일소고기를안사온거예요.

생일파티에필요한것만사는데정신이팔려정작중요한건까맣게

잊고있었던거죠. ‘직장맘’이라바쁘다는핑계로수수팥떡은못해줄지

언정아침에미역국은끓여줘야할것같아서냉동실을뒤졌습니다. 다

행히소고기가있어미역국을무사히끓였습니다.

생일이라고일찍일어난딸과나란히앉아서미역국을먹는데갑자기

딸이그러더군요.

“엄마, 미역국은엄마가나낳고많이먹은거죠?”

“그랬지. 그런데엄마는미역국을너무좋아해서한달내내하루서

너번씩자꾸만먹었더니외할머니가깜짝놀라셨어.”

“그런데요, 책에서봤는데미역을먹는거는피를깨끗하게해주고,

Letter 02

생일에미역국을먹는이유

선재이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르바이트를할때사이즈는맞는데폭이안맞는고객들이애프터서비

스를맡기면신발을늘리기위해서신발보다약간큰발모양을한마네

킹발같은것을하루정도끼워놓았습니다. 그러면신발이약간늘어나

꽉끼는발을편하게해주었습니다.

그생각이나서저는하루종일거실에서딸의신발을신고있었습니

다. 아무래도내발이딸발보다는크기때문에신발을늘릴수있을것

같아서요.

딸을위해뾰족구두를신고거실을돌아다니는데, 제가무슨<엽기적

인그녀>의차태현도아니고, 굽높은여자뾰족구두를신고내가뭐하

는건가, 꼭이렇게까지해야하나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

여. 성. 시. 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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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 0 1 1 . . + D E C E M B E R여. 성. 시. 대. 12

마를오래오래기억하고사랑할거예요.”

“그래? 고마워.”

아이는다시이렇게제말문을막히게했습니다.

“엄마, 내가최고로사랑하는거알죠?”

“그럼. 우리는최고로서로사랑하잖아.”

결국흘려버린눈물을얼른훔치고웃으면서말은했지만미역국을먹

다가울컥해서체할것같았습니다.

‘나는왜부모님께이런말을자주못했을까’하면서갑자기혼자계

신엄마생각도나고, 돌아가신아버지생각도나서눈물이났습니다.

아직어린아이인줄만알았던여섯살우리딸! 참예쁩니다. 아이는

잉태한그순간부터언제나제게감동을주네요.

아이를아침에유치원에보내고저는오늘직장에월차를냈습니다.

‘직장맘’의딸이라늘엄마가맞아주는적이없는우리아이! 그아이를

오늘하루만은엄마품으로따뜻하게맞아주고, 오늘이다갈때까지아

이와즐겁게놀렵니다. 우리딸이앞으로일곱살, 여덟살이되어도이

렇게예쁜마음으로무럭무럭자랄수있게많이응원해주세요.

참, 애아빠는새벽2시쯤들어왔답니다. 요즘일이많아서매일야근

이거든요. 아침에는아이가깨기전에이른아침을먹고나갔지요. 아이

가좋아하는장난감풀세트인큰박스를남겨둔채말이죠.

일어나서선물을본딸아이가“아빠최고”라고하며기뻐합니다. 본

인이없어도선물로다해결되는아빠의존재에대해서다시한번생각

해봅니다.

자식은언제나부모에게감동인것같아요. 저또한그런자식일텐데

부모님께소홀했던것이새삼부끄럽네요. 여섯살딸아이가생일에엄

마를울렸습니다.*

아기낳느라피많이흘린엄마에게빨리피보충해주는거랬어요.”

“응, 맞아. 잘봤구나.”

“엄마?”

“응!”

“참고마워요.”

“뭐가?”

“제엄마가되어줘서요.”

예기치못했던아이의말에순간제심장이‘쿵’했습니다. 갑자기받

은감동에할말을잃었죠.

“그리고그렇게힘들게나를낳았는데, 내가가끔말안듣고고집부

린거는죄송해요.”

“아! 그걸네가알면됐지뭐. 이제부터크면서점점더안그러면되

는거야. 알았지? 얼른먹어.”

전좀무뚝뚝한엄마예요.

“저는요, 작년에는몰랐는데여섯살되니깐알겠어요. 생일날왜미

역국을먹는지말이에요. ‘엄마가나를이렇게힘들게낳아서미역국먹

었구나!’생각하라고먹는거잖아요. 그렇죠?”

“그래? 음, 그렇구나.”

그리곤잠시말이없었습니다. 사실전지금껏생일에왜아이를낳은

엄마가아닌당사자가미역국을먹는지에대해서생각해본적이없었어

요. 아이의말을듣고보니아이의속깊은말에가슴속에서뜨거운것이

울컥 올라왔습니다. 혹시라도 밥상머리에서 눈물이 날까봐 일부러 더

씩씩하게아이에게말했죠.

“딸! 오늘생일축하해. 엄마도요렇게예쁜아이가내딸로태어나줘

서얼마나좋은지몰라.”

“네. 저는요, 엄마가언젠가나이가많이들어서하늘나라로가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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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 0 1 1 . . + D E C E M B E R

런데문제는어머니의옷차림이점점달라지는겁니다. 평소에는 1만

원넘어가는옷도벌벌떨면서잘안사셨거든요

‘비싼건내것이아니다’라면서항상5,000원, 3,000원하는옷

만사시다가불쑥홈쇼핑에서털옷을구입하신다며저더러“카드좀빌

려줘라. 12개월무이자다”하셨습니다.

또는“바지가다섯개한세트로 4만 9,900원이다. 이거대박상품

이다”하면서또카드를빌려달라고저에게전화를거셨지요.

처음에는그냥어머니가늙는것에대한스트레스를푸는방법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점점정도를넘어서는것이있었으니, 바로에스라

인바디메이킹기계를구매하셨다는겁니다. 분명저에게카드를갖고

가실적에는아버지와우리가족을위하여사골을두세트사오시겠다

고하셨거든요.

사골국물처럼좋은게어디있습니까? 기본적으로보름은넉넉잡고

반찬이나국을끓이지않아도되는사골을어머니가사오신다기에순

순히내드렸습니다. 그런데어머니는사골을사지않고덜컥에스라인

만드는기계를사오신것입니다.

“염려마라. 내가꼭갚을테니까.”

어머니가호언장담하셔도사실어머니께카드할부금을어찌받는단

말입니까?

결국어머니의몸매만들기프로젝트에본의아니게저도참여를하

게됐고, 매달이를악물고카드할부금을끊어가던중불쑥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야야. 저기말이다. OO 커피숍으로가려면몇번버스를타고가야

하냐?”

“그커피숍은젊은사람들이즐겨찾는원두커피전문점인데어머니

가왜요?”

여. 성. 시. 대. 14

어머니가예순다섯을넘기면서많이아프셨습니다. 예전에는어딜가

든건강하고활기차다는말씀을들으셨습니다. 그런데요즘들어늙어

가는안타까움을자꾸한탄하십니다. 제가보기엔어머니가아직도예

쁘기만하신데말이에요.

아버지역시여덟살차이나는젊은아내가혹시딴마음을품을까봐

전전긍긍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옷을 차려입고 나가려 하면“어디가?

여보, 나도 데리고가”하면서어머니의치맛자락을붙잡곤하셨습니

다. 그러면어머니는“됐거든”하면서일절아버지의요구에응하지않

은채외출을하셨지요.

홀로남겨진아버지는줄기차게어머니의휴대폰으로“여보, 언제와.

아, 배고파”하면서 간 크게도 어머니의 귀가를 종용하곤 하셨지요.

‘저러면어머니가매우귀찮아하실텐데’하는생각이들었지요. 아니

나다를까어머니는아버지를매우귀찮아하셨지요.

“에이. 니아버지는왜이리나를귀찮게한다냐. 아이고, 귀신은뭣

한다냐. 귀찮아, 귀찮아.”

저도남편이있는지라남편귀찮은건뭐이해를하지만귀신운운하

면서아버지를귀찮아하는어머니가조금은마음에안들었습니다. 그

Letter 03

어머니의뒷모습

김유미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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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 0 1 1 . . + D E C E M B E R여. 성. 시. 대. 16

“왜! 나는그런곳가면안되냐? 너도시방엄마가늙었다고무시를

허는거냐?”

“어머니, 그게아니고요.”

‘아이고맙소사. 왜저렇게까칠하실까?’

결국저는어머니께커피숍을가르쳐드렸고, 정신없이나가시기에

호기심이발동한나머지그만몰래뒤를밟게됐습니다.

어머니가 12개월카드할부로구매한옷과구두, 가방및뒤태작렬

인바디라인을감상하면서도몹시궁금했던어머니의만남의장소로마

치미행을하듯뒤따라가뒷자리에숨어서어머니가만나는사람을훑

어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어머니가만난남자는영국신사가따로없을정도로‘핸섬’한데다가

가슴은분명‘짐승남’은아닐지라도보통몸매가아닐성싶게관리를

너무도잘한반듯한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잔잔한미소까지머금고

있었어요.

정말 제가봐도멋스러움이한껏묻어나는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살짝홍조띤얼굴로그분과대화를하며무척이나즐거워하셨습니다.

그런데뒤늦게귀가하셔서혼자사골국물드실아버지가떠올랐습니다.

저는몰래그곳을빠져나와아버지께전화를드렸습니다.

“어, 나시방경로당에가려고허는참이다. 너거엄마도없고혼자서

사골국물에다가밥말아먹으려니까별루다. 근디왜그러냐?”

“아버지, 후딱나오세요. 추어탕사드릴게요.”

저는아버지께생전가야부리지않던애교라는것을부리면서아버지

를모셨습니다.

아버지가땀을뻘뻘흘리면서추어탕을드시는모습을지켜보면서커

피숍에서만면에웃음을띤채앉아있을어머니를떠올렸습니다. 아버

지와저는그렇게난생처음커피숍에가봤습니다

“뭔놈의커피가5,000원씩이나헌다냐. 자판기커피는300원이고,

달달 허니 끝내주게 맛있다. 나는 닝닝한 맛의 원두커피 당최 질색이

다.”

아버지는매우비싼커피값을무척아까워하셨지만저는왠지아버

지랑그렇게마주앉아서이야기를하고싶었습니다. 아버지와나란히

창가에앉아지난날들을회상하며이야기하다보니아버지역시싫지

않았던지한참이나같이있다가집으로돌아가셨지요.

저는다음날어머니께살짝물었습니다.

“누구만나고오셨어요?”

“결혼전니아부지만나기전에날죽기살기로쫓아다녔던한젊은

청년이있었는디, 그사람이엄마친구를통해서날만나보고자했다지

뭐냐. 오래살다보니까시상에그런날도있더라. 아하하. 내마음도쓸

쓸하고, 늙어가버리는것이억울하기도해서어디한번그옛날감정으

로돌아가보고싶다는맘으로가봤다. 그런데아, 이썩을놈의영감탱

이가겉모습은미끈덕허니겁나게쌈빡하더만. 아니그눔의늙은이가

말이여나더러커피값을내라고허는것아니냐? 세상천지에그런법

은없는것이여. 어찌여자가차값을내냐고. 그건내자존심을건드는

일이지. 에이재수없었다야.”

‘아! 우리엄마, 정말쿨해.’

저는그제야오해를풀었습니다. 지난날을추억하듯그시절들에대

한다소간의보상의마음으로찾아간커피숍에서잘못된만남인줄알

고아버지께다시돌아온어머니. 그어머니의마음이이제는편안해지

기를바랍니다.

‘어머니, 사골국물어지간히끓여대고동태찌개나김치찌개같은것

으로메뉴를바꿔주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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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도착하니생각했던것처럼지게차기사는아줌마인저혼

자였습니다. 남자들만일하는현장이라처음에는좀어색하기도했고,

솔직히분위기도살벌했습니다. 하지만돈만벌수있는일이라면저는

그런건전혀개의치않았습니다.

그렇게6개월정도지게차운전을하다가한순간에실수를하고말았

습니다. 욕실에쓸타일이잔뜩쌓여있는팔레트를옮기는작업이었는

데, 그만균형을잘못잡아중심을잃으면서옮기던타일을확쏟아버린

겁니다.

그실수로한달월급정도의타일들이깨졌습니다. 저는깨진타일들

을하나하나줍고있는데, 그걸본타일사장님이화가난목소리로입

에거품을물며“아줌마, 이타일깨진거어떻게할겁니까? 여자가점

잖게 집에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 무슨 이런 일을 한다고 그래. 에잇!

쯧”하면서무전기로저희사장님한테“여기기사가타일을운반하다가

타일이깨졌으니빨리오라”며막화를냈습니다.

잔뜩겁을먹은저는깨진타일에손가락이찔려피가나는것도모른

채엎어진타일들을주워담으며연신입으로는“죄송합니다”했습니다.

급하게오신사장님은타일주인에게“죄송합니다”하고는깨진타일

을줍는제손에서피가나는것을보고는“어디다친데는없어요?”물

어보시고는화장지하고밴드를갖다주며“그래도사람이안다쳤으니

다행이네요”하며오늘은그냥퇴근을하라는겁니다.

사장님께일단죄송하다고말한저는그길로퇴근을했습니다. 그런

데낮에실수한걸생각하니잠도안오고‘분명내일부터지게차운전

을그만두라고는전화가오겠지? 또깨진타일값을다변상해달라고

하면어떡하지? 지금당장돈도없는데’하며마음졸이며하룻밤을보

냈습니다.

저는아파트건설현장에서지게차를운전하는아줌마입니다. 우리회

사사장님과6명의지게차기사들이<여성시대>를들으며일을합니다.

2년전, 남편이운영하던사업이경영난을이기지못하고문을닫게

되자남은건빚뿐이었어요. 1억원가까이되는빚에하루하루느는건

한숨뿐이었습니다. 그렇게빚에허덕이고있자니남편만바라보고있어

서는더이상안될것같아일자리를구하던중, 지역신문에건설현장

에서일할수있는지게차기사를구한다는문구를보고저는무작정전

화를했습니다.

“저서른일곱살여자인데요, 지게차자격증도있어요. 지게차를능

수능란하게다룰줄아는데요….”

그러자사장님은이것저것물어보시고는“여자들이하기엔좀힘들

텐데요”하시더니“급하게기사를구하고있는데내일당장출근할수

있냐?”고묻더군요.

저는그날로이력서를써서건설현장으로출근했습니다. 제가 결혼

전에아버지회사에서잠깐지게차를운전한경력이있거든요. 딸만있

던저희아버지는“딸들도이런일도해봐야한다”며남자들이많이하

는지게차운전을반강제적으로배우게하셨거든요.

Letter 04

아직은살만한세상

이미정강원도 원주시 봉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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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오.”

친오빠처럼따뜻하게감싸주던사장님의말한마디에그간여자가

지게차를운전한다고손가락질받은설움이순간떠오르면서나도모르

게눈물을흘리고말았습니다. 사장님형편도그다지넉넉해보이지않

은것같은데그렇게제실수를말한마디로덮어주니저는정말고맙

고죄송하기만했죠.

그렇게며칠이지나저는봉급을탔고며칠전깨진타일때문에50

만원을봉투에넣어사장님께드렸는데사장님이“그돈은절대못받

겠다”며다시저에게주셨습니다.

그런일이있은후저는너무죄송한마음에더열심히일하는것으로

사장님께보답을해드려야겠다는생각으로지금까지도남자들못지않

게지게차운전을하고있습니다.

며칠전에도급하게돈이필요해서사장님께사정을이야기하고보름

치의봉급을가불해달라고조심스레부탁을드렸는데사장님은제부

탁을들어주셨습니다.

본인보다직원들을더배려하는사장님! 저는이일을하면서이세상

은혼자가아니라는것도느꼈고요, 아직은살만한세상이란것도새삼

깨달았습니다.

남편의사업부도로믿었던사람들에게배신까지당했던저희부부는

정말사람들이싫었고, 이런현실적이고냉정한사회에대해많이원망

하고살았는데요번사장님의배려로저는좋은사람들도많이있다는

걸다시한번느꼈습니다.

사장님께항상고맙고죄송했지만저는한번도사장님께고마움의

표시를한적이없었습니다. 이자리를빌려김대석사장님께고맙다는

인사를하고싶네요.

‘사장님! 우리직원들에게항상잘해주셔서감사합니다.’*

그리고다음날, 잠한숨못잔저는일찌감치출근해서사무실에서커

피한잔을마시고있는데, 사무실창문너머로사장님의전화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네네. 입금할테니며칠만기다려주십시오.”

그날은제가어제실수때문에예민해서귀를쫑긋세워듣게되었지

요. 사장님은누군가에게돈을송금해야하는데며칠만봐달라고사정

을하고있었어요. 그리곤아무일없던것처럼사무실로들어오셨습니

다. 저는어제실수때문에사장님의눈치를살피며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있는데사장님께서먼저말문을여셨습니다.

“어제 많이 놀라셨죠? 손가락에 피도 좀 나던데 이제 괜찮은가요?

그문제는제가잘처리했으니걱정하지마세요. 그래도사람이많이

안다쳤으니다행으로생각하시고앞으로는조심해서물건을운반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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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 0 1 1 . . + D E C E M B E R

고를졸업하고는서울에있는유명한백화점에서근무하셨다고해요.

엄마말로는거기서도남자들한테‘인기짱’이셨다더니정말엄마사

진을보니엄마가자랑스럽기까지했어요.

앨범을보고나서작은노트를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30년도더

된 낡은 엄마의 일기장이 서너 권 있었어요. 우리 셋은 너무 궁금해

엄마의일기장을읽어보기시작했습니다.

1980년4월 1일

4월2일

5월2일

여. 성. 시. 대. 22

저는 광주에 사는 열세 살 김선경입니다. 지난 명절 때 일입니다.

엄마가마흔이넘은나이에넷째동생을갖게돼서몸이좋지않았습

니다. 그래서저와동생둘은명절을시골외할머니댁에서보내기로

했습니다.

시골에가있는며칠동안비가오는바람에냇가에가서다슬기도

잡을수가없었습니다. 그래서동생들과책도보고, 할머니가음식을

장만할 때 도와드렸습니다. 그런데 시골 할머니 집엔 컴퓨터도 없어

너무심심했어요.

그러던중외할머니힘드실까봐방청소를했습니다. 그러다가장롱

서랍을열어볼일이있었어요. 장롱서랍에는큰앨범과작은노트몇

권이들어있었습니다.

“할머니! 이거봐도돼요?”

“그려. 느그엄마앨범인갑다!”

저와제동생은너무반가워서“야! 이거엄마사진이래”하면서한

장한장넘겨보았습니다.

저희엄마는초등학교때부터고등학교때까지쭉보니까무척예쁘

셨습니다. 지금저희엄마가농사를지어얼굴이검으셔서그렇지여

Letter 05

엄마의일기장

김선경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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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10월25일

10월28일

이런내용들이었습니다. 엄마는 1일만되면새로운각오와다짐을

했지만지켜진적은없었고, 일기장엔공부를했다는내용은한번도

없었습니다.

평소에엄마는“난니들같이학원한번안다녔어도반에서10등은

들었다”하셨고, 소녀시대CD를사달라고하면엄만무조건“돈, 없

어. 연예인은좋아해서뭐하니?”그러셨는데충격적인사실은엄마는

반에서 60명중 40등정도했고, 엄마도중·고등학교시절에가수

김승진·박혜성아저씨들을무지좋아하셨더라고요.

엄마! 저희들이일기장보려고해서본건아니고요. 안 보려고했

는데엄마일기은근히재미있어서중독되더라고요. 엄마, 그일기장

외할머니댁에서가져와서제옷장안에숨겨놨어요.

엄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우리 셋은 아마 다 엄마머리

닮은것같아요. 그러니까제발‘공부’, ‘공부’하지말아주세요! 저

희들도최선을다하고있거든요. 엄마께서걱정할정도는아닌것같

으니까요.

그리고엄마, 늦둥이막내동생빨리보고싶어요. 건강한아기낳으

시길저희가족은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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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 간혹빵을드시고는반죽좀대달라고하는분도있는데엄마가

힘들어하셔서못하고있을정도로인기가좋습니다.

반죽까지모두하여트럭에실어놓고오전 9시가되면장사하는곳

으로가세요. 너무늦게가면다른사람이그자리를차지하거든요. 그

러면엄마는다른자리를찾아서여기저기다녀야하기때문입니다.

9시에 장사할곳에차를대어놓고는 2시간동안차안에서쪽잠을

주무십니다. 자리를비웠다가교통단속차량이오면빨리이동을해야

하거든요. 안그러면4만원짜리스티커가발부됩니다.

그러다가오전11시가되면국화빵틀에불을켜고장사를시작합니

다. 차로하다보니장사하는곳이매번다릅니다. 주말에는인천에있

는소래산에서장사를하세요. 그때는저도합세를합니다. 엄마는계

란빵과국화빵틀하나를책임지고, 저는국화빵틀하나랑계산을담

당합니다.

어제도장사를했습니다. 그런데장사하다보면별별사람들이다있

습니다. 멀쩡하게생긴분이오셔서“아줌마, 장사잘되지?”정말아

는사람처럼말을걸고는빵을그냥집어서입안에쏘옥넣고가는사

람이있어서“엄마, 저사람알아?”하고물었더니모르는사람이라고

합니다. 어떤분은국화빵1,000원어치를사면서덤을달라는분도있

습니다.

“아줌마, 덤으로한개더넣어줘.”

“죄송해요, 구워놓은게없어서. 다음에드릴게요.”

그래도손님들은그냥한개씩들고가세요. 물론뭐한개쯤이야그

러시겠지만그런분들이의외로많습니다. 구워놓은빵이많으면그래

도이해를하지만뒤에서기다리는분도있고, 구워놓은빵도없는데

그러면정말얄밉기도해요. 계산을다하고빵봉지를들고가면서맛보

전세아이의엄마입니다. 요즘처럼쌀쌀한날씨에생각나는음식뭐

가 있을까요. 어묵·호떡·떡볶이·국화빵… 이런 것들이 있죠. 그

중국화빵은저한테아주특별한음식입니다. 아직까지우리엄마가자

립할수있게해주는고마운음식이기도합니다.

우리엄마는여름만빼고봄·가을·겨울작은트럭에서목욕탕의

자에의지해계란빵과국화빵을파세요. 매일새벽6시에국화빵속에

들어가는팥을삶습니다.

그런데이팥을삶는게시간과정성이참많이들어갑니다. 한번삶

아가지고는잘삶아지지가않아요. 그래서두번씩삶고, 이걸차가운

곳에서응고시켜국화빵속에넣어야합니다.

매일저녁10시까지장사를하고돌아와집안을정리하고나면자정

이되죠. 새벽에일어나팥을삶다가고단함을이기지못하고다시잠

이들어압력밥솥을태운게몇개째인지모릅니다.

그렇게팥을삶고는계란빵과국화빵반죽을시작합니다. 이반죽또

한우리엄마가 17년동안붕어빵·호두과자·땅콩빵·와플등을만

들면서터득한방법으로개발한우리엄마‘한여사표’반죽이랍니다.

아무도우리엄마의빵맛을따라올수없을정도로기가막히게맛있

Letter 06

한여사표국화빵

김진희경기도 시흥시 하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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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전에는손목에무리가와잘못하면수저도들지못한다고해서한

동안조심했는데지금은허리디스크가와서많이힘들어하세요. 더욱

이아빠도안계시고혼자서제대로식사도못하는엄마모습을보면

제가잘살아서장사를못하게하고싶지만저또한세아이가있는주

부다보니쉽지가않습니다.

엄마의허리가빨리나았으면좋겠습니다. 그리고내년10월에저희

집근처로이사오면제가장사도따라다니고, 맛집도함께다니고, 쉬

는여름에는매일엄마랑새벽운동도같이하려고합니다. 그래서빨리

내년이왔으면좋겠습니다.

‘우리엄마한원자여사, 사랑해요!’

엄마, 아프지말고좋은사람있으면자식눈치보지말고엄마편한

대로하세요. 만약반대하는동생들이있으면내가다해결해줄게.*

기라고2~3개씩집어가는분들도있고요.

올봄까지만해도10개에2,000원에팔았습니다. 그런데정말재료

값이너무많이올랐어요. 팥도작년에는 11만원이었는데지금은 18

만원이고요. 밀가루·우유·계란도정말작년에비해서많이올랐습

니다. 그래서지금은할수없이9개에2,000원에팔고있습니다.

마트같은데가면우리들은제대로가격다주고사오잖아요. 덤을

달라든가깎아달라거나안깎아준다고더집어오질않는데참이상합

니다.

물론많이구입하면말하지않더라도더챙겨서여유있게넣어줍니

다. 저도애들키우는엄마라학생이나아이들이오면하나씩더주고,

간혹국화빵을먹고싶은데여론에떠밀려계란빵을사는아이한테는

덤으로국화빵도하나씩챙겨주고요.

제가챙겨서주는거랑그냥막집어가는거랑은다른거잖아요. 엄

마는노점을많이해봐서그런지그냥두라고하시지만전속이너무

상합니다.

하지만그와반대인사람들도많습니다. 매주산에오는어떤아저씨

는고생한다고사과도주고, 물도주고가시고예전에 10원에 10개씩

했던건데정말예전생각난다고사가는분도계세요.

그리고주말마다아이들손을꼭잡고오는애기엄마가있는데요. 산

에오르기전에계란빵하나씩아이들손에쥐어주면세아이가“고맙

습니다”인사를하고갑니다. 저도모르게입가에미소를짓게됩니다.

정말예쁘고귀엽습니다.

많은사람들이맛있다고칭찬해주고어떤사람은친구들까지모시고

오셔서다음에는이곳에서사먹으라고하는분도계십니다.

전에는저도별로신경안쓰고그럴수있다고생각을했습니다. 그

런데엄마몸이점점약해지는걸보니작은것에도속이상하곤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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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저는아버지와어머니의불화를쭉보면서자라왔고,

그로인해저희엄마는점점더병세가악화가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가멀다하고병원신세를졌고요. 그런데도저희아버지는엄마의

병원비를주지않으려고해저와수없이다퉜고, 그런아버지를저는

점점더이해할수가없었습니다.

전성인이된후직장을갖게되었고, 제월급은고스란히엄마의병

원비로다들어갔어요. 그리고빚까지얻게되었습니다. 그런데도아버

지는눈하나깜짝하지않고당신의돈을지키려고만했습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가족인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

까?’

도저히이해할수없었던저는원망만하고살았습니다.

그러다결국엄마는돌아가셨고, 그이후부터는저의인생자체가없

어졌습니다. 희망이사라졌으니까요. 엄마를살려야겠다는목적만가

지고살던전너무나허무했습니다. 아등바등엄마를살려보겠다는저

의의지와는상관없이그렇게돌아가셨으니까요.

저는몇년을정신을놓은채살아왔죠. 아니살아남았죠. 그때당시

에장애가있는아버지를돌봐주실분이필요했고, 저를키워주시다시

피한이모님이저희집살림과당신의살림을동시에해내며고단한

생활을하셨어요. 그러나저희아버지는그런이모님을못마땅해하며

해서는안될말들을서슴지않고내뱉으셨죠.

결국이모는아버지와등을지셨지요. 그러다저희집에는입주간병

인겸도우미가들어와같이살게되었습니다. 하지만그분도얼마지

나지않아그만두었습니다. 또다른분이와도곧그만두었고, 모든분

들이며칠을넘기지못하고그만두게되어간병인사무실에서조차저

희집은기피의대상이되었습니다.

그런저희집에또다른간병인이오게되었습니다. 처음에는그분

2년전, 저는해서는안될일을저지르고그죗값을치르기위해교

도소라는곳엘다녀왔습니다. 재판과정에제가입양된아이인것을알

게되었고, 아버지라는분이왜그렇게엄마와저에게모질게대했는지

알게됐습니다.

저는태어난지열흘도지나지않아남의집대문앞에버려졌답니

다. 그추운겨울날어린목숨은살아남기위해그렇게울어자신의존

재감을집주인에게알렸나봅니다.

그집에살던아주머니는평소친하게지내던돌아가신저희엄마께

“예쁜아기가있으니와서보라”는말씀을하신거죠. 저희부모님은

자식이없었던터라저를데려다키우셨고요.

엄마는건강이안좋으셔서저를키우기에는버거운분이라엄마의

막내여동생, 그러니까저희이모께서저를키우다시피하셨지요. 아버

지는 척추장애가 있는 국가유공자셨어요. 하반신 마비다보니 아이가

없을수밖에요. 저희아버지는오로지돈과당신의몸만생각하는분이

셨어요. 그런분께부인과게다가입양된아이는사치였을수도있었겠

지요.

Letter 07

저는행복합니다

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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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심히해주는듯하여저도감사하게생각했습니다. 하지만그게다

는아니더군요. 그도우미의목적은아버지라는걸나중에알게되었습

니다.

그러던어느날, 저는친구와술을한잔마시고조금늦게집으로돌

아왔습니다. 그런데집은어질러진채로설거지는산더미처럼쌓여있

었습니다. 그리고안방에서는아버지와간병인아주머니의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기가막혔습니다. 간병의기본은청결인데말입니다. 저는아주

머니를불러다시한번얘기를했죠. 그랬더니그아주머니는저에게

오히려마치안주인처럼큰소리를치더군요.

“쟤하는짓좀보세요. 어디서감히주제넘게훈계를….”

그러다가아버지와말다툼을하게되었고, 아버지께폭행을당했습

니다. 그런아버지에게대항하는과정에서저는해서는안될죄를저

지르고말았습니다.

그렇게저는경찰서로가게되었고, 검찰을거쳐구치소로가게되었

습니다. 그과정에이모님은물론제친구들, 사촌언니가아버지를찾

아갔지만욕설과함께문전박대를당했다고합니다.

제사건을맡은검사님이그러시더군요.

“왜그집에서살았느냐. 나가서살았으면이런일도없었을거아니

냐?”하고묻기에저는“장애가있는아버지를두고갈수가없었다”

고했죠. “나혼자살자고아버지를버릴수는없었다”고요. “기왕참

고살았으면끝까지참고살지바보같이왜이런선택을했느냐?”는검

사님의말에저는눈물만흘렸습니다.

“판사님께무조건잘못했다고하고선처를빌어보자”는검사님의말

씀에저는그저눈물만흘렸습니다. 그리고탄원서를준비하라는검사

님의 말씀에 이모·친구·외갓집 식구들은 탄원서를 제출하고 저를

살려보겠다고이리저리뛰셨습니다. 그러다재판과정에서제가입양아

였다는걸알게되었지요.

아버지는저와합의할생각이전혀없고처벌해달라는말만하셨고,

저는그렇게2년6월이라는형을선고받았습니다.

그런와중에민사재판이들어오더군요. 파양민사. 저는친자확인

검사를받고결국파양되었습니다.

그리고국선변호사의도움으로저는항소심에서8개월을감형받아

1년 10월이라는선고를받아복역을하다가지난9월 30일가석방으

로출소했습니다.

제 발목에채워져있는전자발찌는제가죄인이라는걸다시한번

깨닫게해주었습니다. 제 만기일자는 11월 25일입니다. 그때까지전

자발찌를계속차고생활을해야합니다. 그래도저는행복합니다.

1년 8개월이라는기간동안저를위해옥바라지를해주신이모부·

이모님, 그리고동생들·친구들정말고맙고감사합니다. 미결수였던

때는토요일을제외하고는매일접견이가능했기에단하루도빠짐없

이오신저희이모부와이모. 기결수상태일때는그먼곳으로도비가

오나눈이오나그짧은10분동안저를보기위해와주신그고마운마

음과사랑이헛되지않게열심히살겠습니다.

저는지금저희이모집에서새보금자리를꾸몄고, 요즘저희집은

잔칫집분위기입니다. 출소한날, 그리고집에까지와서못다한시간

을보내자며찾아준제친구들, 정말고맙고감사합니다.

그리고마지막으로아버지께죄송하다고말씀드리고싶습니다. 어

찌되었던저를키워주신아버지인데제가해서는안될잘못을한것

을요.

앞으로건강하게잘지내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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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봐야겨우한둘있을뿐인데말이다. 물론그녀들에게있어나는그저

투명인간일뿐이다. 존재한다는것조차인지하지못할만큼나는존재

감제로의지극히평범한평사원이다.

나는럭셔리하게꾸며진오피스텔에갖춰진와인바에앉아한폭의

화보같은모습으로와인을마셔본적도없고, 그바쁜실장님들이언제

마트에가서장을본건지양문냉장고한가득이름도알수없는각종과

일에‘ 어쩌고저쩌고’하는보지도듣지도못한맥주와음료,

그리고생수병들….

나는과일이라곤고작사과, 배, 귤그리고내가무척좋아하는수박

밖에이름을모른다. 양주? 비싸서못마신다. 와인? 그거심심해서못

마신다. 음미하며양주마시고와인마신다고라? 어휴! 음미는무슨음

미! 술이란그저소주처럼한잔‘원샷’으로마시고“카아! 조오타!”하

나는남자다. 지극히평범한직장생활 1년째인남자다. 내세울것도

없고, 그렇다고얼굴이잘생긴것도아니고, 집안이빵빵하지도않은남

자다. 하지만난아직젊고앞길이창창하다. 그리고꿈과희망이있는

남자다. 그런데여자들은그런나를몰라준다.

난드라마가여자들을다버린다고생각한다. 난아침에럭셔리하게

꾸며진오피스텔에서하얀와이셔츠입고삥그르르돌면서명품향수칙

칙뿌리며언제누가차려놓았는지도모를근사한서양식식사를하고

출근하는남자가아니다. 겨우겨우출근시간맞춰일어나대충씻고꼬

깃꼬깃한와이셔츠입고그냥물한잔마시고정신없이출근할뿐이다.

난드라마속에서그흔하디흔한본부장님도아니고, 실장님도아닌

그저평범한평사원현욱일뿐이다. 물론언젠가는실장님도될수있고,

더높은사람도될수있겠지. 꿈마저없는건아니다.

나는드라마가싫다. 아니드라마속실장님들이싫다. 일만하기도

바쁜실장님들에겐왜꼭미스코리아나선녀만큼어여쁜처자들이하나

도아니고둘셋씩아니무더기로러브라인이만들어지는건지….

실장님하고연결된여인들은하나같이엘리트다. 설사엘리트가아닐

지라도짠듯이어여쁘다. 내주변엔그렇게어여쁜처자들눈을씻고찾

Letter 08

아, 나도실장님이되고싶다

현욱대전시 서구 둔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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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 0 1 1 . . + D E C E M B E R

아들이기어다니기시작할무렵부터아들의별명은‘군인’이었습니

다. 체격이큰것도, 우량아도아닌데사람들은그냥아들이딱군인같

이느껴진다는겁니다.

첫아이를둔엄마들이그렇듯자신의아이가나중에대통령이나세

계적인과학자가될거란‘내아이천재’증후군에시달리던저는남들

이아들을군인이라고부르는게싫었습니다.

아이가초등학교1학년무렵, 지옥같은고통끝에아이아빠와이혼

한후돈한푼없이아들과딸아이를데리고모진고생을하며지금까

지살아왔습니다.

이혼하면서도, 이혼한후에도저의가장큰고민은‘혹시편모가정이

라서아이들이삐뚤어지면어떻게하나’였습니다. 더구나아들은에너

지가넘쳐나는아이였기에아빠의폭력성을물려받으면어쩌나하는걱

정에늘노심초사했습니다. 그러나다행히아들은넘쳐나는에너지를

축구에쏟아부었고, 고2 때는모범상을탈정도로반듯하게자라주었습

니다.

아들은튼튼한체력과올바른심성을갖고있고인간관계도참좋습

Letter 09

열여덟살의군인아저씨

공혜정경남 창원시 의창구

여. 성. 시. 대. 36

면그뿐이다.

얼마전, 드라마속멋진남주인공이식탁에홀로앉아외로움에사무

친얼굴을한채일회용밥에물을부어먹는모습을본여직원들이하는

말이다.

“어머머머글쎄어제드라마에서남궁민이가혼자앉아반찬도없이

물에말아밥을먹는데왜그렇게안타깝고처연하고꼭안아주고싶던

지. 어쩜밥먹는모습이그렇게멋있어도되는거니?”

어휴! 내가그랬어봐라. 처량하고궁상맞아보인다고천리밖으로

도망갔을게뻔하다.

혼자사는바쁘디바쁜실장님들이언제집에서밥한끼해먹을시간

있다고주방살림이없는게없이다있는건지도나에게는완전미스터

리다. 난노란양은냄비하나로밥도하고, 국도끓이고심지어속옷도

삶는다. 그런데큰냄비, 작은냄비, 중간냄비를풀세트로갖춰놓고나

는된장찌개하나만끓여먹어도온주방이지저분한데그들은완전명품

요리를해도주방이완전깨끗하다.

누가치워주는건지언제다듬고언제지지고볶았는지그많은뒤치

다꺼리는누가다해준건지풀수없는미스터리일뿐이다. 이거야원

완전만능엔터테이너다. 노래면노래춤이면춤악기도못다루는게

없다.

아무튼드라마가여자들눈다버린다고생각한다. 나같은평범한남

자들은어떻게살라고!

여자들에게말해주고싶다. 아니외치고싶다. 드라마속환상을깨라

고. 드라마는드라마일뿐이고, 현실속에널린남자는모두다나같이

평범하고건실한미래의실장님들이라고.

그들에게용기와희망을달라고크게외치고싶다. 찌그러진양은냄

비에라면끓여먹는나같은남자를보듬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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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괜찮아. 직업군인이되어도자신이잘하고원하면국가에

서대학교도보내준대요. 열심히해서꼭대학갈게요.”

오히려아들이절위로해주더군요.

아들이입대하고집으로아들옷이돌아온날, 택배상자를풀며눈물

을쏟다가아들의편지를보고는그만웃고말았습니다.

‘엄마. 머리를3밀리미터로깎아서세수와동시에머리도감을수있

게됐어. 머리감고일초도안돼서머리가다말라. 신기해. 여긴화장

실에비데도있어. 짱이야.’

어느날, 모르는번호가찍힌전화가왔습니다. 아들의훈련을담당

하고있는상사라고하더군요. 가슴이덜컹내려앉았습니다. 무슨사고

를당한게아닐까? 그런데아들이체력검정을특급으로통과해서집으

로전화할수있는포상을받게된거랍니다. 300명의부사관후보생

중여섯명만통과한특급에내아들이끼어있었답니다. 그날또저는

눈물을쏟았네요.

해군사령부 홈페이지에는 부사관 후보생들의 훈련사진이 올라옵니

다. 인터넷편지도쓸수있고요. 고생스럽게갖은훈련을하는모습에

마음이아팠지만아들의소대가최우수소대로뽑혀아들이상을받는

사진도커다랗게올라와저를뿌듯하게했습니다. 아들은제대로진로

를선택했던것입니다.

9주간의전반기훈련을마치고하사로임관하던날, 아들은새하얀

해군정복을차려입고늠름하게수료증을받았습니다. 중간에불명예

퇴소당한 사람도 있고 훈련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퇴소한 사람들도

100명이넘는답니다. 그런데우리아들은우수한체력과성적으로임

관을하게되었으니얼마나자랑스럽습니까?

임관휴가중세탁소에해군복을다리러갔는데세탁소아저씨가묻

니다. 그리고어렸을때부터‘군인’으로불리던아들이었기에어쩌면

그것이 아이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쪽으로 진로를 잡았습

니다.

그러나원하는대학에서떨어진후, 아들은재수를하기보다는직업

군인을하겠다고하더군요. “그동안엄마가너무고생을했고, 가정형

편도안좋은데바로밑여동생은대학을보내야하지않겠냐”고하면

서요.

남들다가는대학, 고졸이란학력은사실우리나라에서사회생활을

할때많은제약을줍니다. 많이고민했지만사실입니다. 대학을가는

가장큰이유가취업때문이아닐까요? 아들이군인이되면국가공무

원이되는것이기에취업때문이라면대학을꼭가야할이유는없더

군요.

대학을나와도청년백수가수십만명인데아들은국가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직업을만18세에갖게되는것입니다. 그리고아들은누구나

봐도군인체질이라는말을들을정도로체력이나인성이딱부합이됩

니다.

행복이란자신이잘하고원하고즐길수있는걸하면서사는게아닐

까요? 그래서졸업하자마자해군부사관에지원을했고, 필기시험과면

접시험을거쳐최종합격을하게되었습니다.

아들의입대를앞두고, 그래도엄마마음은편치않았습니다. 친구들

은축제다, 미팅이다하면서마음껏젊음을누리고있는데, 아들은벌

써사회생활을하게되었으니까요.

내가돈이많으면아들을재수·삼수·사수를시키더라도장교로갈

수있도록해줄수있는데, 아니면대학생활을누리고난후에군대를

가도될텐데못난어미만나어린나이에벌써군인이되어야하다니

혼자몰래울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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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요.

“군대간후에일부러이름을개명

한거예요? 와우째이름이이래군

인이름이고?”

군인공제회 카드 때문에 통장을

만들러 간 은행에서도 직원이 웃으

며말했습니다.

“딱군인이될이름이네요.”

제 아들 이름은 한글로‘최겨레’

입니다.

“엄마, 식사할 때마다 우리가 구호를 외치고 먹거든? 그게 뭐냐면

‘조국과겨레와바다에충성!’이야. 동기생이랑상사들이맨날나보고,

‘너한테충성을바치면서밥먹어야하냐’고놀려.”

제아들이름덕분에저는‘겨레의어머니’랍니다.

제아들은지금후반기교육중에있습니다. 직별을받고, 그직별에

대한공부를하는거지요. 여섯명이서한방을쓰면서하루종일수업을

듣는다고합니다.

아들은내년1월에교육을마치면부대배치를받아조국의바다를지

키러떠날것입니다.

오늘제아들은만으로열아홉살이되었습니다. 새벽에수업들어가

기전, 콜렉트콜로전화가왔더군요.

‘아들, 생일축하한다. 엄마는언제나네가자랑스러웠다. 내아들로

태어나서정말고맙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의 바다는 대

한민국하사최겨레가지키고있는한그어느누구도침범하지못할것

입니다.*

41 2 0 1 1 . . + D E C E M B E R여. 성. 시. 대. 40

햇살이유난히눈부신날입니다. 내가쓰던이불이며베갯잇을깨끗

이세탁하여베란다빨랫줄에널었습니다. 내가오늘이곳을나가면그

어떤여인이이이불아래고단한몸과마음을눕힐까요? 그런불행한

여인이없기를바라봅니다만….

이곳은여성쉼터입니다. 예쁜아기낳고알콩달콩행복하게사는꿈

을꾸며결혼했을텐데안타깝게도남편의언어폭력, 구타와학대를견

디다못해집을나온여성들과자녀들이일시적으로머무는곳이지요.

여성들의사회활동이늘어나고인권이신장되었다지만이곳에서보

고느끼게되는것은여성은여전히무력앞에약하고피해자라는것입

니다.

2년전, 한국남성과결혼했는데폭력에속수무책으로당하다탈출하

여이곳에오게된베트남아가씨는처음에이곳에와서무척이나힘들

어했는데, 직원들의아낌없는배려에안정을찾아명랑하게잘지내고

있답니다.

의지할부모형제도없는타국에서두려움에떨며얼마나힘든날을

보냈을까요. 말은아직서툴지만식사당번이거나청소당번때면설거

Letter 10

마음이쉬어가는자리

애청자

대한민국국민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의바다는

대한민국하사

최겨레가지키고있는한

그어느누구도

침범하지

못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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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며정리정돈도몸을아끼지않고하는미소가예쁜사람입니다.

입소한지가장오래되었다는서른한살여인은아이들과자립을꿈

꾸며3주째일요일에도특근을하고있습니다. 생활력없는남편과이

혼을하고도아이들이어려서3년을더살았는데옛날버릇은여전했고

손찌검까지하자일곱살, 열살인남매를시설에맡기고왔답니다. 시

설의어린남매가눈에밟혀어떻게잠이드는지모르겠습니다.

여덟살, 다섯살남매를데리고들어와직장에다니는서른여덟살

엄마는아이들이있는데서장시간구타를당하고는안되겠다싶어나

왔답니다. 어린아이들보는데서어찌그럴수가있는지요. 아이의표정

에서도그늘이느껴집니다.

아이둘을데리고재혼을해서두아이를낳고살았는데, 시어머니와

남편의합세하에말로다할수없는고통을당하다가이곳에온여인은

여중생과막내아들을데리고생활하고있었는데가족면회때유치원생

인막내를남편이키우겠다고데려가버렸답니다. 그런데시어머니랑

20여일을데리고있다가돌보기가힘이들었는지도로이곳엄마에게

보냈습니다. 이분은자신의인생을백지상태에서아이들과다시시작

하고싶다며밤에딸과함께컴퓨터학원에갑니다. 아이들과여행도하

고, 책도읽고, 공부도하고.

지극히평범한일상도어떤사람들에겐그렇게어려운일이었더군요.

홀로4명의아이를건사하려면녹록치않겠지만아이들이있기에힘을

얻는엄마입니다.

내옆에서잠을자는모녀는툭하면남편이안좋은일을저질러뒤처

리하며힘들게살았답니다. 사소한일로딸을심하게혼내는걸막아서

서실랑이를하다가넘어졌는데무지막지하게밟아서갈비뼈가부러지

고고막이파열되어병원에입원했다가이곳에왔다고합니다.

이곳에서비로소편안한잠을잘수있었다네요.

54세천상여자로불리는고운언니도있습니다. 남한테큰소리한번

못칠것같은언니는큰딸이서른살이가깝도록평생온갖곤욕을당

하며살았답니다. 무릎꿇고입에담기도, 듣기에도끔찍한욕설을들

으며밤을새운적도많았고, 겁에질려서화장실에도못가고방에소

변을보았던날도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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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죽지도못한다”고조롱하며시골인적없는곳에내려놓고혼

자가버리기도했다고하네요. 지금은직장다니는딸과대학원생인아

들이곤욕을치르고있답니다.

고통을당하며사는엄마에게이혼하라던딸이혼기가차니까자기

결혼후에이혼하라고해서어떤결정도못내리고머물러있는언니가

안쓰러웠습니다.

자립을위해서교육실습을하러다니고있는데서울덕수궁으로놀러

가는날, 생전놀러가본데가없었다고들뜬얼굴이었습니다.

환갑이지난언니가두명인데, 최근에협의이혼하면서빚정리를하

고남편방얻어주니까남은것이없어서이곳을나가면거처할곳이없

다고걱정하는언니는목소리도크고잘웃기는분위기메이커입니다.

또한언니역시억지에가까운잔소리때문에이틀밤을새운적도

있답니다. 평생을맘편하게살지못하던중이곳에들어왔는데, 아내

가없어지자엄마있는데를대라며마흔살이된아들을괴롭혔답니

다. 급기야손찌검까지하자참다못한아들이병원에입원을시키기에

이르렀는데, 그날아침맘이아파서아침식사도못하고한참을우셨다

네요.

이런왕언니에게좋은일도생겼답니다. 인사잘하고잘웃고싹싹한

베트남아가씨가첫눈에들어서맘에두고있다가아들에게소개를했

는데, 서로마음에들어해서결혼을하게되었답니다. 오늘아침베트

남에서의결혼식을위하여출국하는데서로의아픔을보듬어주며잘살

았으면좋겠습니다.

매일매일 밥을 비벼먹고, 순댓국을 좋아하고 한국이 좋다는 그녀.

이튿날정식비빔밥메뉴를해먹으며모두베트남아가씨를생각했답

니다.

이곳에서며느리감을만나는인연이참묘합니다. 아름다운고부가

될것같은예감입니다.

그외에도인터넷게임에빠져생활비도안주며폭력을쓰는남편과

헤어져딸을데리고온아내도있습니다. 이곳에들어와서도매일죽는

다며우울증에걸려잠만잤다던언니는공부에재미붙여서얼굴이밝

아지고직업상담사를꿈꾸고있답니다.

끊임없는남편의바람기와학대에시달리던여인도있었고, 배울만

큼배우고도많은시집식구들뒤치다꺼리에하녀같이살며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생긴여인도있답니다. 20여명여인의인생사가그야말로

천태만상파란만장입니다.

이편지를쓰는저요? 음주습관이좋지않았던남편과살면서아이

들잘키우려고평생일을하며살았는데나이를먹어가면서덜하기는

커녕더자주식구들을괴롭히니까희망이없다고할까요? 아들들이제

발이혼좀하랍니다. 흘린눈물이홍수를이루기에부족함이없을거예

요. 그래도고마운것은아이들이사춘기도잘보내고, 잘커준것이고

요. 온갖협박문자에괴롭힘을당하느라이곳에서도악몽을꾸며시달

리곤했는데, 남편이열쇠를주며나가기로해서이렇게빨리귀가하게

되었답니다.

재판이혼을준비하는사람들은협의이혼에응해주는남편을일컬어

착한남편이라고부러워들합니다. 지금상처의치유를위해서함께아

이들과가족상담을받으며회복해가고있는중인데, 속상하실것같아

서말씀안드려이런상황을모르는부모님을생각하면또울컥뜨거운

눈물이납니다.

아버지의이름으로, 남편이라는이름으로어찌그럴수있는지요. 가

족이고통을당하며헤어지면서로가얼마나불행한일이겠습니까. 너

무늦기전에서로를고맙게생각하며아름답고화목하게들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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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시아버지가좋아하시는것은단순히노래나음악이아니

라걸그룹자체란것으로결론이나는거죠.

“에이, 아버님애들이숏팬츠나하의실종패션을하고나와저러면

좀민망하지않아요?”라고은근슬쩍놀리면아버님은그럽니다.

“민망하긴. 다나름대로음악에맞춘스타일이지. 보기만좋구만!”

그러시면서걸그룹에서눈을떼질못합니다.

그런데지난토요일아버님이친구분아들의결혼식에참석한다고예

식장을가셨어요.

‘아싸! 모처럼편하게내가보고싶은드라마볼수있겠다’고생각하

며저혼자집에서텔레비전으로드라마재방송을보고있는데갑자기

채널이바뀌면서 <쇼음악중심>으로화면이바뀌며아이돌그룹, 걸그

룹의노래가나오는겁니다.

전‘TV가갑자기왜이러지?’생각하며다시채널을돌려드라마를

보는데좀지나니까시아버지가헐레벌떡집에들어오시데요. 심지어

현관문을들어서며“에미야, 에미야리모컨! 리모컨어딨냐?”하면서

찾더니역시나<쇼음악중심>을돌려시청을하는겁니다. 양복도벗지

않은채말입니다.

“아버님, 양복이라도벗고보세요. 네?”하고말씀드려도들은체도

안하고하시는말씀에전뒤로자빠졌습니다.

“내가분명채널을4시에<쇼음악중심>으로채널기억을해놨는데왜

다른방송이나오지?”

우리시아버지의걸그룹사랑너무지나치지않나요? 이러다걸그룹

콘서트티켓이라도예매해달라고하면어쩌죠?

연세가80인데…. 혹이게아버님건강의비결일까요?

‘아버님, 걸그룹노래에빠져사시는것도아버님건강에좋을듯해

요. 제가좋아하는드라마못봐도되니건강하게오래오래사세요.’*

제시아버지는올해연세가80세입니다. 그런데그런연세의아버님

이요즘푹빠져사는게참말씀드리기‘거시기’합니다. 남들에게말

하기조차민망합니다만시아버지가푹빠진대상이바로걸그룹입니다.

카라의해체와재결합, 소녀시대멤버9명의이름, 최근의현아의버

블팝선정성논란, 브아걸의컴백까지걸그룹의동정에대해모르는것

이없을정도입니다.

거의어느그룹에빠져지낸다기보다는모든걸그룹을다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할까요? 소녀시대를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다비치·쇼콜

라·에이핑크·나인뮤지스등최신걸그룹들도다알고좋아합니다.

전이름조차외우기도어렵습니다. 어느그룹이몇명인지, 이름이누

구인지도통모르겠는데아버님은멤버수, 멤버각각의이름심지어노

래중에어느파트를부르는지도정확히알고따라부르기도합니다.

그러니당연히즐겨보는프로그램이가요프로그램입니다. 매주금요

일방송되는<뮤직뱅크>, 토요일방송되는<쇼음악중심>, 일요일방송

되는<인기가요>는꼭빼놓지않고시청을한답니다.

원래노래를좋아해서그러시나관찰했더니 <가요무대>, <전국노래

자랑> 이런가요프로는오히려시시하다고보질않습니다.

Letter 11

걸그룹을사랑하는아버님

한선숙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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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에저는상당한충격을받았습니다. 저어릴때만해도교과서공부만

열심히하면성공할수있고, 개천에서용이날거라고믿었는데요즘

아이들은현실에민감해서인지가정의경제상황등에쉽게좌절감을

느끼고꿈조차갖지않는것같습니다.

처음수업을진행할때미숙이는졸려죽겠다며고개를떨구다가쉬

저는인천에서보호관찰공무원으로일하는조선숙입니다. 보호관찰

소는법을어긴청소년들이다시비행하지않도록지도감독을하는곳

입니다.

오늘은최근제가진행하고있는교육에서만난한아이에대해이야

기를하고싶습니다. 사정상아이의이름은미숙이라는가명을사용하

겠습니다.

미숙이는올해열다섯살여자아이입니다. 미숙이의아버지는일용직

노동자로일하며어머니는미숙이가기억하지못하는나이에이혼을했

습니다. 그리고미숙이는올해초중학교를그만두었습니다.

미숙이는친구와함께오토바이에흘러나오는기름에라이터를이용

해불을냈고, 보호관찰1년과수강명령40시간을받게됐습니다.

5주전, 교육을시작하는첫날미숙이는아빠손에이끌려무기력한

모습으로보호관찰소에왔습니다. 미숙이의무기력함이걱정되어“꿈

이뭐니?”하고묻자대답이없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니?”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한참

동안말이없던미숙이는“금붕어요”하고대답했습니다. 미숙이의대

Letter 12

여기는보호관찰소

조선숙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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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 가사처럼

카툰 I 오금택

김지연노래/ 김성호작사·작곡

는시간에도망을갔습니다. 아이를협박하고달래서다시교육을진행

했습니다. 그리고아이를볼때마다칭찬을하나씩해줬습니다.

“미숙아, 선생님이너에게별칭을지어주고싶은데괜찮겠어?”

교육시간에별칭을짓지못하는아이를보며이야기를하니아이는

고개를끄덕였습니다.

“미숙이의별칭은에이스야. 우리팀에에이스가되라고에이스라고

지었으니까니가오늘부터에이스야”라는말에아이가살포시웃었습

니다. 아이의은근한미소가제가슴에감동과희망을갖게했습니다.

그렇게미숙이와5주를만났습니다. 그동안미숙이는나와친구들과

눈마주치는횟수가늘었고, 제빵기술을배우고싶다고말했습니다.

하지만교육이끝나면잘할수있을지걱정이된다고합니다. 그동안

학교도안가고사고치는모습만아빠에게보여줘아빠가자기를싫어

한다고생각하는거지요.

여기오는대부분의아이들부모님들은일이바빠자녀에게소홀한

편이에요. 부모님들은자녀들을위해밤낮으로일하는자신의모습을

통해자녀에대한사랑을표현한다고생각하지만정작아이들은부모가

자신들에게무관심하다고느낍니다.

부모의사랑과관심을부모의방식이아닌아이의눈높이에맞추어야

할것같아요.

흔히들청소년은‘미래의꿈나무’라고들말하는데, 꿈나무들이꿈을

꾸고미래를준비해나갈수있도록부모와학교와사회에서더많은관

심과사랑을가져줘야할것같아요.

저도앞으로보호관찰현장에서만나는많은아이들에게더많이눈

을마주치고마음의소리에귀기울여아이들이행복해질수있도록돕

는조력자가되도록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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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겨울에도추위는매섭겠지만

이렇게‘사랑의난방비’를나누는

마음이있으니,

우리는올겨울도

잘견딜수있을겁니다.

사랑은언제어디서나

센힘을발휘하니까요.

53 2 0 1 1 . . + D E C E M B E R여. 성. 시. 대. 52

흰눈내리고찬바람부는겨울이

왔지만‘사랑의 난방비’가 있으니

<여성시대>의겨울은따뜻합니다.

<여성시대>에서는‘따뜻한 세상

을 만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

께 2006년부터 매년 겨울마다 어

려운 이웃에게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는총 3억원의난방비

와월동비가지원되었습니다.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여성시대의겨울은

합니다- 사랑의난방비

글 I 박금선 사진 I 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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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54 55 2 0 1 1 . . + D E C E M B E R

방혜선 노인돌보미께서는 독거노인인 유순복 할머니를 모시고 오셨습니다.

방혜선 씨 같은 분이 옆에서 도와드려서일까요, 유순복 할머니께서는 두 자녀

를 모두 잃고 여러 가지 시련을 겪으셨는데, 고운 마음이 옆에서도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물댄동산’의 최명희 원장님과 평택에 있는‘한길 양로

원’의서재구목사님, 최순희원장님은안타까운사정을가진어르신들을모시

고있습니다.

말씀을나누다보니, 맞벌이와여러가지사정으로집안에홀로계시게하기

보다는적절한시설에서친구들과안전하게지내도록결단을내리는것도효도

임을배울수있었습니다.

11월 17일목요일에는난방비를지원받은분들을모시고여의도MBC 7층

1스튜디오에 사랑방을 차렸습니다. 가수 박상민 씨도 함께한 이 자리는 11월

28일월요일 <여성시대> 시간에방송되었습니다.

조혜영 원장님과 조혜숙 총무님이 오신 경기도 용인‘하희의 집’은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가진 28명의 아이들에게

따뜻한집이되어밝게키워주는곳입니다.

‘새누리 장애인 부모연대 시흥시지부’에서도 정두분 회장님과 부모님들이

오셨습니다. 광고기획사를 차려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

는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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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김기화 씨는 17년째 지하에 살면서 겨울이면 전기장

판하나로난방을하고지내셨대요.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최경자 씨도 사랑방에 오셨습니다. 최경자 씨는 3개

월전에성실하던남편을오토바이사고로잃었지만, 귀여운세자녀와열심히

살고계십니다.

이번겨울에도추위는매섭겠지만이렇게‘사랑의난방비’를나누는마음이

있으니, 우리는 올 겨울도 잘 견딜 수 있을 겁니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센

힘을발휘하니까요.*

서울마장동의‘조이스터디지역아동센터’에서는

김민희선생님이오셨습니다. 이곳은지역아이들이

모여서아침부터밤까지공부하고놀고식사도하는

곳입니다.

경기도 수원‘집으로 공동생활가정’에서는 장은

영 복지사와 최은영 씨가 오셨습니다. 이곳은 정신

장애를가진여성들이모여사는그룹홈인데, 자립

할수있는힘을키워나가는분들이지요.

대전에있는미혼모보호시설‘햇살누리의집’에

서는 정현경 원장님과 김두희 사무국장님이 오셨습

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혼모가 되었지만 아기

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여느 엄마와 다를 바 없는

미혼모들은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능력

과 마음가짐을‘햇살누리의 집’에서 가다듬고 있는

데, 신생아와산모가있는곳이라난방비가더욱필

요한곳이었습니다.

서울 구로구청에서 오신 사례관리사 승은지 씨는

어려운 형편인 김재운 할아버지를 모시고 왔고, 정

미숙 요양보호사는 이웃의 용유성 할머니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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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58 59 2 0 1 1 . . + D E C E M B E R

생관에달려있다고볼수있습니다. 우리나라는외국에비해관절수술이나진

통제사용량이현격히적은데, 그만큼고통을참고지내는분들이많다는뜻입

니다. 잘못된생각이나관행으로피해를보는환자들을보면많이안타까워요.”

서울척병원은 척추디스크질환과 무릎 및 어깨관절에 대한 수술적인 치료와

비수술적인치료를아우르는전문병원이다. 개원한지불과 5년이조금지났는

데, 18명의 의료진과 100개의 병상을 둔 병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병원의

크기나환자수등을고려하면국내2위에해당하는규모다. 서울척병원이이처

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수

술치료우선의원칙을지키면서도

수술이필요할때는최선의수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울척병원은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전문병원으

로 지정한 척추병원 전국 17곳 중

환자 대비 수술 비중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그만큼 비

행복을찾는사람들

서울척병원의김동윤원장이수술한최고령환자는93세다. 협착증으로인

해 몇 분만 걸어도 한 쪽 다리가 아파 걷기 힘들었던 노환자는 고민 끝에

수술을결정했다. 다행히수술은성공적으로끝났고, 환자의삶의질은한층높

아졌다. 반면 이런 일도 있었다. 언젠가 한 남성이 80세 노모의 MRI 사진을

가지고찾아온적이있다. 오래전사진임에도불구하고협착증이매우심한상

태였다. 당시 수술을권유받았지만수술에대한두려움때문에선뜻결심을하

지못했고, 그결과상태는조금씩나빠졌다. 집안에서만생활하다가결국걷지

못하게 된 노모는 침대에서 누워 지내다 욕창이 생겼다고 한다. 김 원장은 두

사례를비교하며, 환자가수술을하고안하고의여부는환자의인생관에달려

있다고말한다.

“예를 들어 협착증 같은 경우는 이를 고쳐서 삶의 질을 높일 것이냐 아니면

고생스럽더라도그냥상황에맞춰살것이냐를결정하는것인데이는환자의인

IBK기업은행돈암동지점고객서울척병원김동윤원장

수술과비수술치료를

아우르는척추전문병원

서울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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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60 61 2 0 1 1 . . + D E C E M B E R

수술 치료가 많다는 방증이다. 치료

결과에만족한환자가점차늘고입소

문이나면서내원환자는꾸준히증가

했다.

“저희 병원이 개원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전문병원이수술에만집중되

어 있었습니다. 당시 비수술 치료를

우선으로 하면서 고난이도 수술까지

제공하는병원이많지않았어요. 그런

면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수술하는 게 좋은 환자가

분명히 있고, 수술 없이 비수술 치료

로 낫는 환자도 많습니다. 그걸 판단

하는건의료진의몫이고요. 전문병원

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야합니다. 하지만현실적으로수술을

위주로 하는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

받기 쉽고,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가

비수술 치료 위주로 운영되는 병원에

서치료받다가수술시기를놓치는경

우도많습니다.”

서울척병원은 비수술 의사와 수술

의사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높이고, 환

자에게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있는시스템을갖춰많은이들의환

영을 받고 있다. 이는 의료진 간 커뮤

니케이션이 원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척병원에서는 모든 의료

진이업무실을함께쓸뿐만아니라간

호사와 직원들도 의료진과 매일 컨퍼

런스를함께하는등구성원간커뮤니

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전임의가 트레이닝을 받을 때

수술및비수술치료의다양한경험을

통해통찰력을갖게되어치료방법의

선택및판단에도움을준다. 또한 의

료진의 실력 향상과 자기계발을 위해

학회 활동 지원은 물론

지속적인저널리뷰등의

시간을마련하는등많은

노력을기울이고있다.

서울척병원은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매우 적극적이

다. 의료진들의 진료 상

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

고 있다는 점이 색다른데, 의료진은

자신의진료장면을촬영한영상을보

며환자를대하는태도와설명하는방

식, 대화와말투, 손짓등에대해스스

로파악하고개선해나간다. 진료장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성찰의 기회

를갖게되는셈이다.

서울척병원의 차별화된 고객 감동

서비스역시눈길을끈다. 그 중 하나

는무료전문간병인서비스를운영하

여수술직후간병인의도움이필요한

환자들에게편의를제공한다는것. 환

자의 입장에서는 수술 직후 추가비용

없이무료로간병인병실을이용할수

있어 매력적이다. 서울척병원의 고객

감동 서비스는‘척병원 페스티벌’이

라는 행사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매년이곳에서치료를받고완쾌한이

들을초청해행사를진행하는데, 초기

에는 병원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

며고마움을표현하는시간을갖는정

도였다. 하지만 점차 환자가 늘어 지

난해부터는장충체육관을대관해진행

하고있다. 가수를초청하고환자들의

장기자랑 시간을 갖는 등 말 그대로

대규모페스티벌의모습을갖췄다. 올

해는 서울과 강릉 등 지역을 나눠 초

청 파티를 열어 고객 감동을 위한 행

TIP 김동윤원장의

성공 노하우

진정성ㅣ 진심어린 마음을 가지

고 대하되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

료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환자의 통증을

없애고삶의질을높이는의료를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마음을 의료진 및 임직원

들과늘공유하고있다.

커뮤니케이션ㅣ 환자와 의료

진, 직원과의료진, 수술의사와비

수술 의사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기울이고있다.

열정ㅣ 꾸준히 뭔가를 이루어

내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정이 필요하다. 서울척병원의

의료진과 임직원은 모두 그러한 자질을

지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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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62 63 2 0 1 1 . . + D E C E M B E R

보를멈추지않고있다.

IBK돈암동지점의 주현 지점장은

“자신이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려고

하시는 원장님의 마음이 참 보기 좋

다”며완쾌한환자들과도꾸준히교류

를유지하고있다는데에놀라워했다.

“조금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환자들

끼리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습니

다. 이곳에서는의료진이환자를자기

몸처럼아껴주며진료한다고칭찬하더

군요. 개원 당시 정릉동에 있는 건물

을 임대해서 운영했던 서울척병원이

불과 5~6년 만에 큰 사옥으로 이전

할만큼성장한모습을지켜보며저도

깜짝놀랐습니다. 아마도진정으로환

자를 위하는 의료진의 마음이 전달됐

기때문이아닌가싶습니다.”

김동윤 원장은“서울척병원의 환자

가늘어나는것이사

회적으로더큰이익

이되었으면한다”는

말로 향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다

바람직한방향으로제공하겠다는각오

를전했다.

서울척병원은내년에의정부에전문

병원을개원할계획이다. 지금까지성

장을위해전력질주해왔다면이제부

터는 보다 고도화된 병원, 정제된 병

원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

해 환자의 안전과 수술의 완벽성, 의

료의질등을지속적으로향상시켜나

가는 것이 남은 과제다. 언젠가는 서

울척병원의 진료에 대한 신념과 원칙

에동의하는많은의사들을모아함께

하는 의료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김

동윤 원장. 그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

통증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의

가슴에도 희망의 꽃이 활짝 피어나리

라.*

IBK돈암동지점의 주현 지점장(왼쪽)은 김동윤 원장에대해받은만큼남에게베푸는분이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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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제약(대표김경락)은지난해꿈의설탕‘스위티지오’를출시했다. ‘스

위티지오’는‘Natural Triple 제로’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혈당지수에

영향을주지않는‘칼로리제로’, ‘혈압영향제로’, ‘콜레스테롤제로’로혈당조절이가능한당

뇨환자나비만환자그리고다이어트중인사람도복용이가능한설탕대체제다.

현재 설탕대체제는 시중에 많지만‘스위티지오’는 자연이 준 선물로서 설탕의 단맛을 그대로

가지고있는진정한차세대‘천연당’이다. 특히 천연 식물인스테비아에서추출한리비우디오

사이드A와매실, 라한과와발효에의해생산된에리스리톨로만들었기때문에인체에더욱안

전하다.

시중에서판매되고있는올리고당은칼로리가설탕의평균1/5 수준이나칼로리나혈당에영향이

있고설탕대체제인아스파탐의경우는액제에안정되지않고뒷맛이개운하지않지만스위티지

오의경우는설탕과동일한단맛을낸다.

최근 언론보도와 식약청 발표에 의하면

설탕을 대신해 과자 등에 쓰는 인공감미료

를과다섭취할경우설사나위장장애를일

으킬수있다는우려도나왔다. 또한다량의

설탕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비만·치

아부식·우울증을일으키고, 뇌·세포손상으

로치매나암을유발할수있다는보고도이어

지고 있다. 아스파탐이나 삭카린나트륨 같은 인

공감미료는국제적으로발암성논란이계속되고있

는첨가물이다.

제품은전국대형약국에서구입이가능합니다.

IBK기업은행에서추천하는우량중소기업을소개하는코너로, 위축된중소기업의경기활성화에다소나마일조할수있기를바랍니다.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코너속편지

IBK기업은행신설동지점거래고객

회사명 한화제약(주)

홈페이지 www.hwpharm.com

문의 02-940-0285

주소 서울시성북구석관동261

1234

열심히 살아 온 우리들의 성공이야기

<파란만장나의성공기>

남성들의 땀과 인내 우정을 이야기하는

<장용의단필충>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

<연애에서결혼까지>

문득 떠오르는 추억 속의 이야기

<추억속의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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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2 0 1 1 . . + D E C E M B E R여. 성. 시. 대. 66

저는의류샘플만드는일을하고있습니다. 그중에서재봉분야입니

다. 의류무역회사가외국바이어에게오더를받으면베트남이나과테

말라같은해외공장에서대량생산을합니다. 그런데대량생산을하기

전에먼저샘플을만들어서완제품을만들었을때문제는없는지, 핏이

나디자인, 컬러, 원단등에대한바이어의의견을반영하여수정을거

쳐본작업이원활하게진행될수있도록합니다. 그래서샘플제작은

봉재에대한오랜경험과노하우가필요한일이라대부분이20~30년

의경력자들입니다.

그렇지만저는경력이그렇게오래되지도않았고, 처음부터이일을

했던것도아닙니다. 말단이긴하지만공무원으로9년을근무했습니다.

그런데결혼후아이를낳고나니육아가문제였습니다.

지금은보육시설이많고정부의지원도받지만, 90년대중반만해도

시설이많지않은데다여자는결혼하면직장그만두는걸당연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9년을한곳에서근무하다보니싫증도났고, 남편역시“아

이는엄마가보는게좋겠다”며퇴직하기를원했습니다. 그래서미련없

이사직서를냈습니다.

퇴직후저는완전히날아갈것처럼홀가분했습니다. 아침마다정해

진시간에출근하기위해동동거리지않아도되었고, 온종일뒹굴어도

눈치를주는사람이없으니완전자유였습니다.

하지만그홀가분함은석달을넘기지못했습니다. 아이때문에외출

이자유롭지못해집에만있는시간이많다보니마치세상과격리되어

산다는 소외감에 점점 우울해졌습니다. 바깥세상이 그리워졌습니다.

어떤일이든좋으니다시아침마다출근하고싶어졌습니다.

그렇게2년정도지난어느날, 봉재공장을운영하던남편이저에게

제안을했습니다. 공장에일하던사람이갑자기그만두어일손이급한

데, 나와서도와줬으면좋겠다고하더라고요. 아무것도모르는제가그

일을할수있을지, 자신이없었지만당장남편이운영하는공장에사람

이없어서일에지장이많다고하니도와주기로했습니다.

두돌된딸과갓백일지난아들을놀이방에맡기고일을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짐작은했지만만만한일이아니었습니다. 9시에출근해서7

시에퇴근할때까지허리한번제대로펴지못할정도로정신없이돌아

갔고, 너무힘이들었습니다.

퇴근후아이들을찾으러가면100일된둘째는자고있었습니다. 놀

아주기는커녕깨어있는얼굴한번제대로볼수가없어아이에게미안하

고안쓰러운맘이들었습니다. 일이워낙바쁘다보니몸은몸대로힘들

고, 아이들과살림을제대로살피지못해서사는게말이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일을그만둘형편이아니어서그렇게1년을재봉보조만하

다가어차피일을계속할거면재봉을배워야겠다는생각이들었습니

다. 다른사람들이뚝딱뚝딱옷을만들어내는걸보면서정말대단해보

였는데, 나도하면잘할수있을것같았습니다.

공무원에서의류샘플사로

김은

서울시

광진구

중곡동

01파란만장나의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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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위로하곤했습니다. 그런마음고생에서벗어나덤덤해지기까지5

년정도가걸리더군요.

그렇게몇년을하다가점점사양길로접어드는봉재공장을접게되

었습니다. 그리고저는배운기술을활용해샘플을배워보기로하고샘

플실에취업했습니다. 본작업과달리샘플은아주꼼꼼하고훨씬고급

스러운기술이필요한일이다보니처음에는손이덜덜떨려서혼났습

니다. 모든용어가생소하고바이어가보낸작업지시서는영어로되어

있어서어떻게작업하라는건지이해가되지않아참난감했습니다. 짧

은영어실력으로더듬더듬해석하고, 모르는용어는일일이사전찾아

가면서습득해나갔습니다.

그렇게샘플만드는일에푹빠져있다보니어찌나시간이빨리가던

지… 마치시간을도둑맞은것같았습니다. 출근하면어느새점심시간

이고, 점심먹고돌아서면퇴근시간이될정도로하루가빨리지나갔습

니다.

날마다새로운스타일을접하면서어떻게해야바이어가요구하는대

로나오는지궁리하다보니, 한스타일을끝낼때마다스스로얼마나신

기하고뿌듯했는지모릅니다. 일을재미있게하니까배우는속도도남

달리빨라서얼마가지않아어떤스타일이와도자신감이생겼고, 누구

나인정해주는실력이되었습니다.

14년! 비록이계통에서는길지않은경력이지만그래도수입은꽤

높은편입니다. 한때는누구나선망하는공무원이었다가재봉일을하

게된제처지에대해비관도많이했는데, 지금은이기술을배우기참

잘했다는생각이듭니다. 제나이에어디가도이만한보수를받을수

있는일이없거든요. 저는지금제기술과, 제일에만족하고있고, 아

무나할수있는일이아니기에자부심을갖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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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다들퇴근하고난후무턱대고연습을시작했습니다. 가르쳐

주는사람도없고, 남편은아무나하는게아니라면서제가재봉틀을만

지는걸못마땅하게생각했습니다. 하지만저는어떤목표가생기면정

신없이몰두하는성격입니다. 재봉역시‘남들다하는데나라고못하

겠나’싶어낮에다른사람들이만들어놓은걸보면서똑같이따라했

더니예쁘게잘나왔습니다.

그리고품질도품질이지만생산량도그에못지않게중요하기때문에

저는‘어떻게하면더빨리할수있을까?’가능한빠른방법을찾아궁

리하면서일을했습니다.

가장효과적인방법은시간을재면서하는것이었습니다. 앞으로30

분동안어느만큼의분량을하겠다고아주타이트하게목표를정하는

겁니다. 그시간에맞추어목표량을모두해내기위해서정신없이하다

보니자연스레손이빨라지고일도자신이붙게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아주짧은기간안에재봉을배워서같은시간을일해도

누구보다많은일을해낼수있게되었습니다. 저의일하는속도가얼마

나빠른지가끔거래처에서오는분들이제가일하는걸신기해하면서

넋놓고쳐다볼정도였습니다.

재봉을배우면서 2년동안은일이몸에붙지않아서늘피곤했습니

다. 입안이헐지않은날이없을정도였습니다. 하지만몸이힘든것보

다더힘들었던건따로있었습니다. 불과몇년전까지만해도누구나

부러워하는공무원신분이었는데, 어쩌다보니사람들이우습게여기는

재봉일을하고있게된제자신이너무초라하게느껴졌던거죠.

‘내가재봉이나하고있을사람이아닌데, 어쩌다이렇게된건가.’

일을열심히하면서도늘그런생각이머릿속에서떠나지않아혼자

마음고생도많이했습니다. 그런생각이들때마다큰아이낳고집에있

으면서세상과격리된듯한답답함때문에힘들었던때를생각하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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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을감출수가있나요? 바로일직사관에게걸릴수밖에없었죠.

“야! 너지금입에뭐야?”

“예? 예?”하며당황한그는건빵을얼떨결에삼키다목에걸려버린

겁니다. 켁켁거리며거의숨이넘어가기일보직전에일직사관이명령했

습니다.

“야! 너지금뭐먹은거야? 야! 전부기상! 당장물가져와!”

전후다닥물을떠와이규진에게먹였습니다. 그친구는그제야살것

같다는듯한숨을휴쉬더군요.

우린그날두시간동안비좁은화장실에서얼차려로받을수있는건

다받았습니다. 그렇게무사히훈련을끝마치고, 정들었던마음에아쉬

운작별을하고자대로출발했습니다.

02 장용의단필충

조민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내친구돈데보이

1989년3월초논산훈련소입소첫날, 일명‘돈데보이’라는친구와

운명적으로만났습니다. 그의첫인상은보기에도순진하면서웃음기가

가득한외모에약간모자란것같기도했습니다.

이야기를나눠보니너무천진난만해힘든군생활을어떻게이겨낼

까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

취침소등을한다음, 전너무허전해“취침이후에는절대음식물을

섭취하면안된다”는소대장의말을새까맣게까먹고옆훈련병김준헌

과보급품으로받은건빵을모포를덮어쓰고맛있게먹고있었습니다.

그런데불침번을서던이규진이우릴발견하고는자기도배고프니건빵

좀달라는겁니다.

“야! 너희들만건빵먹지말고나도좀주라. 배가등짝에붙겠다.”

“넌받은건빵어떡하고달라고하냐?”

“야! 좀주라. 배가고파쓰러지겠다. 응!”

그렇게계속해서달라고조르니안줄수가없더군요. 건빵을한주먹

씩두어번가져가서먹고, 세번째건빵을가져가서입에넣자마자갑

자기일직사관이들이닥친겁니다. 건빵여러개를입에넣었으니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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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없잖아.”

“하긴그렇긴한데, 그친구진짜안됐네. 사랑하는사람놔두고죽

었다니.”

“니가그노래엄청좋다니까더빙은해주겠는데, 그노래너무슬퍼

서너하곤안맞는데? 아참! 그리고우리방송실더블데크중에왼쪽

데크는절대건드리지마라. 그왼쪽데크엔국기하강식음악만들어있

으니까다른테이프넣으면안된다. 알았지?”

다음날, 전 그친구에게 <돈데보이>를테이프전체에도배해주었

고, 그친구는그테이프를애지중지듣고있었습니다.

그리고드디어학수고대하던휴가를갈수있었습니다. 전그동안보

고싶었던친구들을만나며알차게휴가를마치고부대에복귀했습니

다. 그런데복귀하자마자친하게지내던후임인이일병말했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이상병님이헌병대에끌려갔습니다.”

“헉! 아니규진이가왜헌병대를가냐? 무슨일있었냐?”

“조상병님이휴가를가고나서이상병님이대신방송도하고했잖

습니까. 근데국기하강식때국기에대한맹세는안틀고 <돈데보이>

란노랠틀어서그만….”

내용인즉슨이랬습니다. 이규진이내가더빙해준문제의그테이프를

방송실더블데크오른쪽데크에꽂고듣곤했는데, 건드리지말라던제

말을무시하고, 왼쪽데크에다<돈데보이>를들었나봅니다. 듣고나선

그테이프를꺼냈어야하는데, 깜박하고꺼내질않아그런불상사가터

진거였죠. 하필가는날이장날이라고국기하강식무렵우리부대투스

타학교장이순시차지나가다듣게된것이었죠.

훗날비서실신병장에게들으니, 자기가자대에와서학교장님이그

렇게화난것은처음봤다고하더군요. 국기하강식때 <돈데보이>란

노래가흘러나올때학교장이그랬답니다.

전정훈병이라는영내방송과행정업무를겸하는보직을받아생각했

던것보다는힘든자대생활에적응해가고있었습니다.

그러다가두어달정도지난어느날, 선임인김일병이신병이들어

왔다고PX에서한턱내라고하더군요.

“조이병, 넌참좋겠다. 졸병이생기네.”

그얘길들은저는흐뭇한기분으로내무반에들어섰는데, 아니어디

서많이본듯한얼굴…이규진그친구였습니다.

“야! 이규진! 여긴웬일이야?”

“예! 어, 조민규네.”

그날부터저의군생활은수난의연속이었습니다. 상병을달고얼마

되지않아전첫번째휴가를가게됐는데, 후임도없고마땅하게방송

을해본사람이없어시설과에근무하는규진이에게부탁을했습니다.

그친구도방송장비를관리하는업무를하고있었으니까요.

“규진아! 다음주에나첫휴가가는데, 방송실좀봐주라. 넌일과끝

방송과국기하강식방송만하고방송실닫고나오면된다.”

“그래. 그럼너도내부탁하나만들어주라.”

그리고는들고온테이프에티시이노호사의 <돈데보이>를앞뒷면

전체를그노래로더빙해달라는겁니다.

“그런데너<돈데보이>란노래의뜻은알고나있냐?”

“음! 돈데보이, 돈데보이. 돈데소년이란그런뜻아니냐?”

“야아! 어떻게알았냐? 대단하네, 이규진. <돈데보이>를부른티시

이노호사란여가수가돈데소년여자친구아이가. 돈데소년그친구가

멕시코국경을넘다죽었는데, 그여자친구가돈데소년이그리워서부

른노래란다.”

“그렇나? 진짜불쌍하네. 그친구.”

“불쌍하긴뭐가불쌍하노? 내가보기엔니가더불쌍하다. 니는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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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봤고요.”

“그말참말이가? 규진이그놈이헌병대갔다온후로항상피식피식

잘웃던놈이요즘엔잘웃지도않고우울해있더라고. 난그때일이미

안해서조만간술한잔하며기분풀어줄라했는데. 알았다. 이 상병,

너는그신병사건너만알고있어라. 부탁한다.”

그날전당장이규진에게저녁에술한잔하자며불러내, 그신병사

건에대해물어봤습니다.

“규진아! 너요즘신병들돈없어지는것알제. 단도직입적으로너솔

직히말해봐라. 니가신병들돈손댔냐?”

“아니! 어, 어떻게알았냐?”

순간얼굴빛이침울해지는이규진.

“아니! 아무리그래도그렇지신병들돈에손대면어떡해? 너 무엇

때문에그러는데?”

내가다그치자그는술기운도있고, 흥분한것같았습니다. 순간울

먹이며말했죠.

“나도모르겠다. 내가왜그러는지. 민규야, 나어떡하면좋냐. 엄마

가… 엄마가위암말기인데위독하시다. 얼마못사실것같아. 난엄마

없으면살수가없는데어떡하니. 어릴적아버지가행방불명되고, 엄

만채소를키워 5일장행상을하면서우리 3남매힘들게키우셨는데,

엄마꼭오래사셔야되는데. 그래야내가효도한번할수있는데.”

이규진은끝내흐느꼈습니다. 평소자기집일은거의얘기하지않던

친구라그얘길들으니그친구가너무안돼보였습니다.

“규진아, 걱정마라! 잘될거야. 요즘의술도많이발전해서엄만꼭

정상으로돌아오실거야!”

“민규야! 요즘내가너무힘들어나도모르게그만나쁜짓을한것

같다.”

75 2 0 1 1 . . + D E C E M B E R여. 성. 시. 대. 74

“어떤놈이야? 지금장송곡트는놈이. 뭐이런정신나간놈이있나.

엄숙해야할국기하강식에장송곡을틀어? 당장그놈을찾아군기교육

대보내서정신좀차리게해.”

사실<돈데보이>란노래가무지슬프지않습니까? 학교장귀엔장송

곡으로들릴만도했죠. 전헌병대에끌려간규진이가무사히돌아오길

기도했고, 나중에규진이는해쓱한, 약간은얼이빠진얼굴로돌아왔습

니다.

그때부터규진이는겁도없이<돈데보이>를튼놈으로온동네소문

나서영내에서닉네임이‘돈데보이’로불렸습니다. 장교나사병이나

돈상병으로통했던거죠.

그리고상병으로서어느정도되던어느날, 바로밑의졸병한명이

절찾아왔습니다.

“조상병님! 요즘밑에신병들이우리부대오면서갖고들어온현금

있죠? 그게자꾸분실이되는데, 그소문들어보셨습니까?”

“아니! 난밑에후임이없으니하루일과가벅찬사람아니냐. 그런소

문들을시간이나있겠나?”

“하긴원체쉬쉬하는일이니조상병님이알턱이없죠. 그런데제가

이 얘기해도 될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얘기 듣고 화내시면 안 됩니

다.”

“알았다, 얘기해봐라.”

“예! 이규진상병님이신병들돈을계속건드리는것같습니다. 저도

규진아! 미안하다. 내가널너무몰랐구나. 이제야때늦게널이해하려했는데, 널놓아줄수없는데.

이젠너에게정말잘해주고싶었는데그렇게가면난이제어떡해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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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야속한친구이규진!

‘이제야너의진면목을보며, 널이해하며알아가려했는데, 하늘은

나의바람을철저히외면했던가요? 아니면규진이어머니께서혼자선

너무외로워규진이를데려가야만했나요?’

영안실에도착하니검은상복을입은두여동생, 그리고환하게웃고

있는규진이와규진어머니의영정사진을보니저도모르게왈칵눈물

이났습니다.

“규진아! 미안하다. 내가널너무몰랐구나! 이제야늦게나마널이해

하려했는데, 널놓아줄수없는데, 이젠너에게정말잘해주고싶었는

데그렇게가면난이제어떡해야하니?”

전그자리에주저앉아하염없이울었습니다.

장례가끝나는날, 그친구의고향인청도운문산에규진이의유골과

어머니의유골을합쳐바람에날려보냈습니다.

“친구야! 우리가사는곳과는다른그곳에서는부디어머니의사랑도

많이받고효도도많이해라. ‘돈데보이’안녕. 충성!”

전마지막으로거수경례를했고, 두눈에는참을수없는뜨거운눈물

이흘렀습니다.

벌써20여년이지난지금지금까지쉬쉬하며숨겨온이야기.

그동안그친구가좋아했던티시이노호사의 <돈데보이>가흘러나

오기라도하면너무나가슴이아려와피해버렸는데, 이젠<돈데보이>,

그노래를들으며‘돈데보이’그친구를영원히추억속에묻어두렵니

다. ‘돈데보이’친구야! 사랑한다.

‘나는어디로가야하나?’라는 <돈데보이>의노래제목처럼그친

군너무착하고여린마음에정말어디로가야할지몰랐던건아닐까

요?*

“그런데규진아! 내가널미워하긴했지만, 그래도너와난동기이전

에친구라고생각하는데나에게먼저얘기하지그랬니? 그랬으면얼마

나좋아! 그건그렇고일이더커지기전에내가내무반장님을만나함

께해결해볼게. 넌얌전히자숙하고있어라알았지?”

저는다음날내무반장님을만나전후사정을얘기하고“규진이를용

서해달라”고“이번일은내무반장님선에서그냥넘어가자”고사정사

정하며빌었습니다.

“제가군입대전에복학할때쓰려고모아둔게조금있으니그걸로

신병들돈을돌려주도록하겠습니다. 내무반장님! 그리고규진이가엄

마병간호를위해선휴가가필요할것같습니다. 제가나갈말년휴가를

미리당겨서규진이위로휴가에보태주고싶은데중대장님께잘좀말

씀드려주십시오.”

일이잘풀리려는듯규진이휴가가허가가났고, 규진인자기엄마가

입원해있는병원으로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것이그친구의마지막

모습이될줄이야!

휴가떠난지이튿날갑자기중대장님이불러중대장실로갔습니다.

“조상병, 너무놀라지마라. 이규진상병이어제사망했단다.”

“예? 그게무슨말도안되는말씀이십니까? 거짓말이시죠? 그럴리

가 없습니다. 어제 휴가 갔는데요. 엄마한테 간다고 얼마나 좋아했는

데….”

“그래맞다. 나도도무지그말이믿기지가않는다. 오늘아침에그

친구여동생한테서연락이왔다. 그친구가그렇게죽었다고.”

규진이가휴가를떠난날, 위독하다던어머니가갑자기돌아가셨고,

그친군어머니의죽음에너무슬픈나머지술에만취해병원앞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달려오는차에치어돌아오지못할강을건너고말았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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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은밖으로불러내요리를사주기도했습니다.

아직막내라밖으로따라나서지못하는제게는따로포장해서보내

주는아주자상한사람이었습니다. 그사람이아는체를하더라고요.

“미스김, 지금나와?”

그래서오늘은12시에출근하는날이라했습니다.

“시간도이른데빨리나왔네. 커피나한잔마시고들어가.”

시계를보니아직출근시간도좀남았고, 일찍들어가도누가잘했다

고할사람없고해서쫄랑쫄랑도시락가방흔들어가며그사람뒤를

따라지하다방으로들어섰습니다. 그사람이시켜준커피를홀짝이고

있는데그사람묻더라고요.

“서점아가씨들은출판사영업사원을어떻게생각해?”

무슨뜻인지몰라재차물었더니“서점아가씨들은출판사단행본영

업하는사람을남자로서어떻게생각하느냐”는거였어요. 순간저는많

은생각이머리를스치고지나갔습니다.

‘아! 이아저씨가우리서점에누군지는몰라도점찍은아가씨가있

나보네. 누굴까? 캐시보는OOO 언니? 뭐키는좀작지만순박하고,

착하고. 아니면참고서코너에OOO 언니? 덩치는좀크지만그래도

귀여운구석도있고. 철학코너에OOO 언니? 예쁘고, 애교도있고.’

그사람서점여직원들사이에선나름인기있고, 괜찮은평을받고있

었기에말을아무렇게나할수는없었어요. 나중에어떤언니의형부가

될지도모를일인데함부로말했다가미움을사면큰일이니까요.

그래서“단행본영업하면어떠냐?”고“사람이됨됨이만좋으면직업

이야나중에다른일을할수도있으니용기를내라”고했습니다. 내딴

엔그날아주큰용기를주고출근했습니다.

그렇게저는서점에서1년쯤근무를했어요. 그러면서반장언니는시

집간다고그만두고, 서점매출도줄고, 직원도줄이고그러면서막내

저는올해로마흔일곱이되는아줌마입니다. 27년전이야기입니다.

갓고등학교를졸업하고문구점에서잠시아르바이트를하다가그당시

유명서점에근무하던형부의도움으로꽤큰서점에취업이되었지요.

그때서점에이력서를내라는형부의전화를받은엄마말씀으로는

서점에다니면그래도대학은못나왔지만사람들이인정을해주니보

기도좋고, 나중에시집갈때도나쁘진않을것이라하셨어요.

서점에는문학·철학·참고서·아동·잡지등여러코너마다한명

씩담당하는여직원이있었고, 문학코너만저와반장언니둘이있었습

니다. 출근은 3교대로아침 9시출근하면저녁에 7시퇴근하고, 낮에

11시, 12시출근하면저녁에9시에퇴근을했지요.

하루는 12시출근하는날인데, 서점앞에서서점을막나서는그사

람과마주쳤습니다. 그사람은우리코너반장언니랑초등학교동창이

기도했고, 이름을대면누구나알만한출판사단행본영업을했습니

다. 눈을마주치면오해할것같은눈웃음에늘깔끔했고, 넥타이도눈

에띄게멋스러웠고, 출출할시간에는간식도넉넉하게넣어주었고, 가

03연애에서결혼까지

남편은취업브로커였다

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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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일이생겨서종로에잠시들러야한다”며들렀다가자고하더

군요. 그런데공교롭게도종로에서일이늦어져서또해가져버리고…

저그렇게한달을이력서들고그사람뒤만졸졸따라다녔습니다.

둘이사귀는사이도아닌데소문이나면안된다고종로를가도뒷골

목으로몰래몰래다니고, ‘대학천’이라고중고도서도많고단행본이나

전집류를취급하던곳이종로통에있었는데, 출판사직원들이나총판

직원들이광화문교보문고에서부터종로서적으로해서대학천까지주

로다녔거든요. 괜히우리가그사람들눈에띄면사귄다고헛소문이돌

고형부가알면곤란해질수있다고하여매일멀리떨어져서그사람

일하는데종종종따라만다녔습니다.

취직을시켜준다는말에한달을따라다녔는데, 나중엔내가왜이

사람을따라다니는지도모르겠더군요.

한달을가방에서숨도제대로못쉰이력서는너덜너덜해졌고, 나중엔

보다못한오빠가거래하던백화점에소개를시켜줘서취직이되었지요.

그랬더니그사람이매일백화점직원출구에서하루도거르지않고

기다리는겁니다. 결국취직을시켜준다던그사람은2년만에자기집

솥뚜껑운전수로취직을시켜주더군요. 전미팅한번못해보고한남

자의여자가되었습니다.

제가이런얘기를하면그사람뭐라는줄아세요?

“아니, 이보다더좋은취직자리가어디있어. 아들까지보너스로생

겼는데땡잡은거지.”

뭐어찌됐든서점을그만두던그날부터지금까지한결같은사람입니

다. 가끔섭섭하고야속할때도있지만그래도다시태어나도이사람과

살고싶을때가간간이있는것을보면제가이사람을꽤믿나봅니다.

이만하면저취직은제대로한건가요?*

인제입지도좀곤란해졌습니다.

그래서다른곳으로자리를옮겨야할것같다는생각을하고마침영

업나온그사람에게다른곳에여직원구하는곳있으면소개좀시켜

달라고부탁을해놓았습니다. 그랬더니“언제사직서낼거냐?”며“그

만두고이력서를내야지. 근무하면서는면접도보기어려우니그만두

고전화하라”는거예요.

순진한저는그다음주에사직서내고, 그사람에게전화해그만두

었다고했더니, 이력서써가지고내일아침 10시까지시청앞커피숍

으로오라는거예요. 나몰라라하면어쩌나고민했는데내일당장나오

라니 어찌나 고맙던지요. 예쁘게 차려입고, 이력서 써 가지고 사진도

새로찍어잘나온것으로붙여서약속장소로나갔습니다.

그사람이“오늘은인천에수금을하러가야하는날이니오전에수

금좀하고, 오후에서점에이력서를내러가자”고하더군요.

그래서“그럼, 오후에나오라하지그랬냐?”며, “바쁘게일해야하는

데방해되게왜아침부터나오라했냐?”고했더니, “직장다니다가집

에있으면늘어지기도하고, 자기가오전에일이언제끝날지도모르는

데약속시간잡기도애매하고, 그냥같이다니다가빨리끝내고가면될

것같아서그랬다”니할말이없었어요.

그런데금방끝난다는일이오후5시가되어서야끝이났습니다. 저

는바쁘게수금을다니는그사람뒤만졸졸따라다니다가점심에밥

사줘서밥먹고, 또따라다녔습니다. 일다마친그사람이“미안하다”

며“일이이렇게늦게끝날줄몰랐다”고저녁먹고들어가라고해서또

사주는저녁까지먹고집에들어왔는데참, 허무하더라고요.

그리고는그다음날아침에9시쯤집에전화가울려받으니그사람

이었습니다. “오늘도어제그이력서가지고나오라”고. “오늘은꼭같

이가자”고하더군요. 그래서부랴부랴준비하고나갔는데제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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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사진을받아들고는온가족들과기뻐했으니까요. 우리 가족들도

모두알았고, 제친구들도펜팔을하는제군인오빠를알았으니까요.

세월이흘러어느덧그이름마저아득히멀어질때쯤인터넷동갑내

기들카페에서한국문학신문편집장으로있는친구가아침편지로매일

매일좋은글을올린다며집필진을소개하는데그중에서잊혀져버린

줄알았던그분의이름이눈에들어왔습니다. 얼른친구에게그분에

대한정보를알려달라고했습니다. 휴대폰번호를알아내서메시지를

보냈던것입니다.

다음날, 멀리중국에서전화가왔고요. 그분은중령으로예편했고,

군에있을때는고향이제주도면무조건저를물어봤다는말과함께지

금은여행중이라귀국해서다시연락을하겠다며기쁨을감추지못하겠

다면서정말로반갑게통화를했습니다.

그런데요, 저를감동시킨건얼마전제주도여행을갔다면서제가다

닌초등학교운동장이라며전화를하셨네요. 6년 동안제가다니면서

꿈을키웠을그학교를돌아보고싶었다네요.

솔직히몇번친정나들이를가서도저도찾아본지오래이거든요. 또

학교곳곳을사진에담아보내주셨는데한참을멍하니바라보았습니다.

함께보내온편지에서는이제는오빠도국가가인정하는노인이되었

고, 저도중년의부인이되었을테지만오빠는열렬한꼬마팬이었던자

기아우라면서애들과부산으로놀러오라는내용이었습니다.

저는아직도그분을직접만나뵙지는못했습니다. 그분은시인이자

수필가입니다. 한국문학신문영남지부장으로부산에살고계시다는것

만알고있습니다. 나이가들어가면추억을먹고산다는데, 저는정말

로아름다운추억을간직하게되었네요. 참으로아름다운인연이라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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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를무릅쓰고여쭤봅니다. 40여년전혹시월남십자성부대에

서근무하지않았는지요. 고향은부산근처, 월남에계실때계급은중

위였고, 혹시제주도어느초등학교여학생과오랫동안펜팔로글을주

고받았던, 이름은양지아라고기억하실런지요. 어렵고힘든시기에한

때는삶의버팀목이되어주셨던분의성함을희미하게잊고있었는데,

동갑내기들카페에서그야말로눈이휘둥그레지는이름을발견하고는

며칠고민끝에실례를무릅쓰고여쭤봅니다.”

저는50대중반입니다. 제가초등학교다닐때는국군장병들과파월

장병들한테단체로위문편지라는걸보냈습니다.

어느날담임선생님께서답장으로온편지를한사람씩호명하며편

지를전해주는데제게는한마디하시더군요. “얘! 너만장교다.”다른

친구들은 일등병·상병·하사 등이었는데 저만‘중위 차달숙’이었습

니다. 친구들은깔깔대며웃고난리였습니다. 왜냐고요? 제주도사투

리로쥐를‘중이’라고하거든요.

그후, 오랫동안편지를주고받으면서즐겁고행복했습니다. 멋지게

04추억속의그사람

아름다운인연

양지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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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소개하자왕언니가단박에“내일놀러나가자”고제안했다. 지리산

이가까우니가서정기를받고나면회복이빠를거라는말이었다.

다음날아침, 네여자가마을입구에서만났다. 가을끝에질기게남아

있는단풍들은그대로맛이있었다. 그런단풍을고마워하며감탄하는멤

버들도멋이있었다. 인근에서알아준다는산채음식점을찾아들어가막

걸리한잔을돌릴때, 우리는어느새오랜친구같은느낌에젖어있었다.

그들은참편안한사람들이었다. 그편안함의밑바닥에는부부살이의

편안함이깔려있었다.

목디스크수술을한남편은아내에게“가서내몫까지실컷단풍구경

하고놀다오라”며선뜻다녀오라고했다. 그아내는점심을먹고관광지

한곳을더들러사진도찍고 단팥죽집까지찾아가후식을먹는내내조

금도시간걱정을하지않고느긋했다. 오히려내가“환자를두고왔는데

괜찮냐?”고물었다.

“괜찮아예, 병간호한다고스트레스받았을끼라고나가서다풀고오

라고했어예. 낼부터잘해주면됩니더.”

부부가서로마음편하게사는모습은보는사람까지느긋하게해주었다.

왕언니는단팥죽을다먹고나서며칠전다녀온서울동창회이야기를

했다.

“내친구들은살찐다고아주쪼매만먹는거라. 내처럼뚱뚱한애들은

없더라. 그래도남편은‘안방문만들어올수있으면된다. 마이묵으라’

이란다.”

그표현에우리는다시한번웃음을터뜨렸다.

왕언니가원래낚시를좋아하는건아니었다. 다만남편이낚시를좋

아하니까같이다니며풍경을감상하는것을나름의재미와의미로찾아

낸것이었다. 상대방을있는그대로인정하고맞춰살아가는것이부부살

부부클리닉

몸이아파며칠간경상도에사는후배네집에쉬러갔다. 도시의아파

트에살다가조금떨어진시골집으로이사를갔다며꼭와서쉬어가라는

말에신세를지기에이른것이다.

이튿날아침, 후배네집에두여자가놀러왔다. 후배는50대의여자를

‘이웃집왕언니’라고소개했다. 40대 초반의여자는‘동네막내’라고

했다. 왕언니는“어제남편과낚시를갔었다”며생선을가져왔다.

“어젯밤에달봤나? 섬에가서바닷가에텐트를치고누워서달을보

는데어찌아름답던지, 너거덜, 몰디브가봤나? 요새젊은아들신혼여

행많이간다는섬안있나? 나도안가봤지만몰디브안부럽게멋졌다

아이가. 마, 우리가젊었으면그밤에사건이나도몇번은안났겠나.”

그말에한바탕웃음이터졌다.

동네막내는“남편이목디스크수술을하고집에서회복중이라오랜만

에마실을나왔다”고했다. 후배가“몸이아파잠시쉬러온선배”라고

고마워하는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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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86

다니!

‘고마움이불만을이긴다.’

나와하루를보냈던여자들의편안한결혼생활의비결은사주팔자가

아니라바로서로의존재에대해고마워하는마음이었다. 아내의존재에

대한고마움이“안방문만들어올수있으면된다”고외양에대한집착을

놓게했고, “내몫까지즐기다오라”고관대함을베풀게했다. 남편의존

재에대한고마움이재미없는낚시를따라나서게하고, 병든남편을기꺼

이돌보게한다.

부모형제와자식들이다떠난다음에도곁에남는최후의가족이부부

다. 그러나편한상대라고믿고함부로대하다보면최후의가족은커녕일

찍남남이될수도있다. 내곁에있어준다는것을고맙게여기고, 그고

마움을상대를편안하게해주는것으로표현할때부부는최후의가족으

로남을수있다.

“인생별거있어? 사는동안서로맘편하게해주는거지!”

이얼마나풍족한부부살림살이인가.*

87 2 0 1 1 . . + D E C E M B E R

이의지혜임을보여주는모델이라고나할까.

오후 5시가다되어갈무렵, 집으로향해차에올랐다. 차에타자두

사람이후배를놀렸다.

“또잘끼가?”

“어찌차만타면그리자는고. 그리자는마누라꼭옆에태우고댕기

는그집신랑참대단하데이.”

“내도어쩔수가없어예. 고마잠이쏟아져참을수가없어예. 신랑이

휴게소에서깨우면일나서먹을건다먹고또잔다아입니꺼.”

깔깔깔깔웃음이터졌다.

그날밤, 후배부부와나는거실벽에기대앉아텔레비전을보고있었

다. 후배는어느새스르르잠이들어버렸다.

“마누라참예쁘지요?”

잠든아내의머리카락을쓸어올리며그남편이말했다.

“잠잘때도예쁘고, 말할때도예쁘고다예쁩니더.”

아버지가다섯살배기딸애를보며할법한말을결혼생활20년을넘

긴남편이그아내에게아무렇지않게하고있었다.

내가물었다.

“지금까지미울때가한번도없었어요?”

“와없겠습니꺼? 내한테불만을말할때는눈이무섭게올라가고목소

리가얼마나쌀쌀한데요. 살다보면한번씩쥐어박고싶을때도있고…

다른부부들사는거랑뭐가다르겠습니꺼.”

그렇다면예쁨의비결은어디에있단말인가?

“나를여태남편이라고믿고같이살아주고있는것이고마워서요. 거

기비하면이런저런것들은다아무것도아닌기라요.”

멀쩡한직장인에성실한가장이며자상한아버지인한남자가같이살

아주는일자체가고마워아내의일거수일투족을다곱게봐넘길수있 글 I 오숙희(여성학자, 상담소‘해심터’운영)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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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신문에실린뉴스는기사를끝까지읽기가어려웠습니다. 고등

학교3학년학생이엄마를살해하고몇달간시신을집에감춰둔채지

냈다는기사. 존속살해라는내용만으로도충격적인데, 기사가보여주

는현실은그이상입니다. 아이는성적이상위1퍼센트안에드는우등

생입니다. 하지만엄마는그성적에만족하지못하고전국 1등이되어

야한다고늘야단을쳤답니다. 반드시서울대법대에가야한다면서

몽둥이와골프채로반복적으로때렸고, 아이는괴로워하면서참을수

밖에없었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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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함께자라는부모

엄마를살해한동기도놀랍습니다. 엄마에게맞고싶지않아서모의

고사성적을전국 4,000등에서 62등으로조작하였는데, 이것이들킬

까봐두려워칼로찔러살해했다고합니다.

이런극단적인비극은왜일어나는걸까요? 어느시대, 어느사회에

나비상식적인인간은존재하는법이라생각하고그냥지나치면될까

요? 그러기엔마음이편치않습니다. 왜냐하면이일이우리시대의보

편적인모습을어느정도반영하고있기때문입니다.

아이에게공부이야기를하면서꿀밤한번때리고, 독한소리한번

안한부모는많지않을것입니다. 마음을내려놓았다고말하는부모

들조차아이가빈둥대는모습을보면한마디쏘아붙이지않을수없

다고호소합니다.

학벌이지나치게강조되는사회, 강자가많은것을차지하고약자는

언제어떻게될지모르는세상. 그런세상을부모들이온몸으로느끼

고있기에아이들에게공부타령을하게됩니다. 뭔가능력을확실히

만들어놓지않으면사람구실을못하리란걱정이듭니다. 지금은부

모가도와주지만어른이되면누구하나도와주는사람도없는세상이

란걸아이에게말하고싶습니다. 그래서잔소리하고야단을칩니다.

그러나아이가공부못하는것을못참는더중요한이유가있습니

다. 부모에게 아이는 패자부활전입니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아이

를통해이루려합니다. 자신은이기지못했지만아이를통해서새로

경기에나갈수있게되었고, 이번에는질수없다는마음입니다. 한번

해본 경기라 규칙도 익숙하고, 이번에 지면 완전히 끝난다는 생각에

절박합니다. 자기실현의길이막혀있는중년의부모에게아이는자기

실현의유일한통로인경우가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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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부모에게아이는자신의자존감을살릴수있는좋은수단입니

다. 우리모두는자신이가치있는존재이길바랍니다. 자기가괜찮은

사람이고, 잘하고있다는평가를받지못하면불안합니다.

전업주부인경우아이가공부를못하면자기의잘못인듯부담을

느끼고, 공부를 잘하면 자기 능력이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

제로주부들은아이의성적은물론옷차림까지사소한것을가지고주

변엄마들과경쟁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에게서 발견하지 못하고 아이를 통해 이루려

는태도는결국아이를수단으로만들게됩니다. 존재그자체로인정

받아야할아이는부모의자존감을높여주고, 좌절한욕망을이룰수

단이됩니다. 있는그대로인정받지못하고수단으로대접받는다는것

은누구에게나불쾌합니다. 그래서아이도부모에게반항합니다.

부모에게전적으로의존하는어린시절이지나면적극적으로, 또는

수동적인뭉개고‘말안듣기’로반항합니다. 부모는이런상황이견딜

수없습니다. 그리고폭력과협박을사용하고, 그래도되지않으면아

이를비난합니다. 수많은가정에서벌어지고있는상황입니다.

사람은자기자신으로살아가고싶습니다. 그것을우선인정해야합

니다. 아이는자기삶을살아야하고, 부모는돕는것입니다. 해결하지

못한나의과거는스스로의인생에서해결해야합니다.

잊고포기할것은포기하고, 아이와관련없는자신만의작은꿈을

만들어이루려해야합니다. 내꿈이오직아이잘되는것이라면, 아

이를좌지우지하려는마음은곧스멀스멀기어나올것입니다.

아이를 믿어야 합니다. 그냥 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분위기를 조성

하고격려할필요도있습니다. 꾸준히하려면결코쉽지않고, 많은노

력이 드는 일입니다. 아이를 잘알고 늘 관찰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거기까지입니다. 공부를 잘할 아이라면

거기까지해도해냅니다. 더 밀어붙인다고더많은효과가나지않습

니다. 오히려부작용이날뿐입니다.

안된다고하더라도아주안되는것은없습니다. 부모는분명준것

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고 따뜻한 부모의 노력을 주었습니

다. 그노력은어디로사라지는것이아닙니다. 아이마음속에남아인

생의 힘든 순간을 버텨내는 따뜻한 온기가 되고, 성실하고 배려하는

인격으로남을것입니다.*

글 I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트위터아이디@suhcs)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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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이게뭐야! 지금그걸바느질이라고한거니? 온통삐뚤

빼뚤하구나. 청소도못하고, 설거지도늘엉망이고…. 버릇없이

구는거말고도대체잘하는없으니, 너를어떻게하면좋겠니?”

거의매일수녀님에게듣는꾸지람. 하지만소녀는크게신경

을쓰는기색도없습니다. 하긴그럴만도하죠. 언제라도기회가

되면소녀는이지긋지긋한고아원을도망칠생각이니까요.

‘바느질못하고, 설거지못하면어때? 그것말고도내가잘할

수있는일은얼마든지많은데….’

소녀의앙다문입매가무척이나야무집니다.

소녀가수녀님들이운영하는이고아원에서생활한건열두살

때부터였습니다. 소녀는아버지의손에이끌려처음이곳으로왔

죠. 그시절부모님에대한소녀의기억은오로지싸우는모습뿐

이었어요. 주먹질을하는아버지와끊임없이소리를질러대는어

머니, 두분의삶은처참함그자체였습니다.

무심한데다 방랑벽까지 심했던 아버지는 가장의 역할엔 도무

지관심이없었습니다. 집에들어오는날보다안들어오는날이

많았고, 늘내키는대로자유롭게세상을떠돌아다녔죠.

어머니 혼자 여섯 아이를 먹이고 가르쳐야 했으니 생활은 말

이아니었습니다. 피곤에절은어머니의얼굴엔언제나깊은슬

픔이 내려앉아 있었어요. 결국 심한 몸고생·마음고생에 지쳐

어머니는소녀가열두살되던해에허무하게세상을떠나고말

았습니다.

패션으로세상을바꾼디자인의혁명가

글 I 이정아(방송작가) 일러스트레이터 I 박근용

그사람의도전이야기

가브리엘샤넬

하지만그순간에조차아버지는무책임했습니다. 망설이는기

색도없이자식들을모두고아원으로보내버린겁니다.

소녀는 고아원 생활이 지옥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유분방하고

자기주장이강했던소녀에게수녀원의엄격한규율과규칙은숨

막히는고통, 그자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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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소녀의머릿속은온통‘어떻게하면수녀원을도망칠

수있을까’그생각뿐이었죠. 당연히수녀님들도점점그런그녀

를내놓은자식취급했고, 결국그녀는얼마후수녀원에서도쫓

겨나듯밀려나노트르담의직업학교로보내졌습니다.

그래도다행인것은직업학교생활이그리나쁘진않았다는겁

니다. 옷만드는기술을배울수있어서오히려지루하지않고좋

았어요.

게다가그곳에서익힌패션의기본기덕분에학교를졸업한뒤

에는곧바로작은옷가게에점원으로취직도할수있었죠.

수녀원에서는 바느질 솜씨가 엉망이라고 늘 야단을 맞았지만

일을시작한뒤부터그녀의재능은반짝반짝빛이났습니다. 뛰

어난패션감각덕분에손님들은너도나도그녀를찾았어요.

“이드레스에는이모자가어울려요. 손님한테는핑크색이더

잘받아요.”

세심하게건네는그녀의권유를따라하기만해도저절로멋쟁

이소리를들을수있기때문이죠.

그즈음장난처럼모자몇개를디자인해가게한쪽에진열해

보기도했는데, 그것역시반응이아주좋았습니다. 조금씩자신

감을얻은그녀는, 얼마후엔자신의이름을건의상실을열기로

합니다.

‘어떻게하면새롭고개성있는옷을만들수있을까?’작은의

상실을열어놓고, 오직이생각에만몰두하던그때그녀의눈에

문득수녀복이들어옵니다. 어릴땐무서운수녀님들이입고있

던그옷이그렇게도지긋지긋하고싫었지만이제와보니검정색

과흰색의그정갈한조화가참아름답다고느껴진거예요. 당시

검정색은상복을만들때만쓰는엄숙한색깔로여겨지고있었는

데, 세상의그런선입견도그녀에겐별로중요하지않았죠.

그녀는일상복에과감하게검정색을끌어들이기로합니다. 그

리고그렇게서서히자신만의스타일을완성해갔어요. 여성의몸

을조이던갑갑한코르셋을내던지고, 활동하기편한천블라우

스를 만들기도 했고, 무릎길이의 짧은 치마를 디자인했습니다.

보수적이던 20세기 초반, 다리를 드러내는 그녀의 스커트는 그

야말로혁명이었죠. 하지만그녀의새로운스타일은곧여성들의

마음을사로잡으며폭발적인반응을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그녀의삶에이런성공만있었던것은아닙니다. 디자이

너로한창전성기를누리던즈음제2차 세계대전이발발하면서

그녀는한동안패션계를떠나있어야했어요. 하지만그순간에

조차그녀는도전을멈추지않았습니다. 패션에대한열정과관

심을한시도내려놓지않고끊임없이새로운무언가를만들어내

기위해스스로를다그쳤죠.

그리고일흔한살되던해에과감히재기를선언합니다. 원피스

와발을가리는구두가주류를이루던그때투피스와발꿈치를드

러내는샌들을내놓으며다시한번패션계를발칵뒤집어놓은

겁니다. 그녀의귀환에전세계여성들이환호했음은물론이죠.

이후마지막숨을거두는순간까지그녀는손에서펜과스케치

북을내려놓지않았습니다. 그리고그도전의역사는이제그자

체로세계패션의역사가됐습니다.

시련과 상처의 시간조차 스스로를 불태우는 에너지로 삼았던

가브리엘 샤넬의 열정, 그것이 바로 샤넬을 디자인의 어머니로

불리게만든이유일것입니다.*

Page 49: *표1234(12월호) - 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12.pdf · 2017. 3. 14. · 라디오 2011. 12 (주)문화방송 12 2011•December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여. 성. 시. 대. 96 97 2 0 1 1 . . + D E C E M B E R

야외에서점심을먹게되었을때, 육개장과짜장면중하나를선택할수밖에

없는상황이었다. 다른때같으면짜장면을선택했을것같은데그날은날이차

니밀가루음식은소화가잘안되어체할수도있다는생각이들었다.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에 내가 이제 이런 걱정까지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씁

쓸하기도했지만그렇다고오기로짜장면을시킬용기는없었다.

결국 육개장을시키게되었고, 따뜻한국물에밥을반공기쯤말아서안경알

에김이서릴정도로얼굴을그릇에대고맛나게먹었다.

먹으면서‘이 육개장, 만들어 놓은 지 꽤 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스칠만큼국에서묘한느낌, 그러니까썩유쾌하지못한맛이났다고할까?

하여튼 두어 달 전 내키지 않는 음식을 먹고 체했던 기억이 나 살짝 불안했

으나워낙배가고파아무일없기를바라면서식사를마치고밖으로나왔다.

등으로 스며드는 한기에‘감기가 걸리는 건 아닐까’하는 염려 때문에 괜히

혼자서길거리를뛰어보기도했으나잠시뿐, 불안하면서도제발아무일없기

를바랐다.

다음 날아침, 편두통에시달리기시작했다. 추웠기에걸린감기인지, 체했기

때문에오는두통인지곰곰이생각해보았다. 우선편두통약을먹고방송을했

는데별차도가없어뻐근한머리때문에힘들었다.

두 번째는소화제를먹는것. 얼마 전 경험이있기에그약국을찾아가서그

약을 먹었다. 그랬다. 체한 것이었다. 좀 상한 음식 때문인지, 식사 후 추위 때

문인지그건분명치않다.

그전 같으면아무일도없었을일들이다. 계절의변화에몸이빠르게적응하

지못한다.

‘아프니까중년이다.’*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

날이갑자기차가워졌다. 몇 해 전까지만해도‘춥다’, ‘차갑다’하는정도의

표현이나오려면최소한영하 7, 8도는되어야했는데, 올가을포근한날씨덕

에 수 년 만에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으니 겨울이나 추위는 오지 않을 듯했다.

그러다갑자기영하2, 3도까지기온이내려가니춥다고야단들이다.

신문이나 방송은 조금 떨어진 기온을 갖고 정말로 그 정도로 호들갑을 떨어

야하는가. 과연 11월말에영하 2, 3도가된것이뉴스거리인가묻고싶다.

날씨 뉴스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은 내가 마음만은 건강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싶다. 영하 2, 3도쯤으로기온이떨어지면서건강에위협을받거나생업

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도 어디엔가 있으니 그럴 테지만 마음으로는‘젊다’생

각하고 행동도 그런 경향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몸은, 그러니까 체력은 예전

과다름을계절이바뀔때마다겪는다.

엊그제 갑자기 추워진 날, 그러니까 영상 1, 2도 되는 날이었는데 전날에 비

해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지고 찬바람에, 빗발까지 흩뿌리니 그야말로 초겨울

의모습이었다.

제법겨울복장을갖추고야외활동중이었는데, 어깻죽지에바람이든다고나

할까. 하여튼좀따뜻했으면좋겠다는생각이계속들었다.

아프니까 중년이다

강석우 I여성시대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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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98

1986년, 일곱 살 무렵의 일이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어느 놀이터 담장

옆에포장을쳐놓고먹을거리를팔던포장마차가있었다. 그때당시밀가루

떡으로만들어진떡볶이는한접시에 10개를담아 100원을받았다. 연두색

플라스틱 접시에 비닐봉지를 씌워 뒤집개로 하나하나 개수를 세어 담아주

었다. 요즘떡볶이와달리어묵이나양배추등다른부재료는전혀없었다.

서너명이오더라도 200원어치를먹는아이들은드물었다. 동네아이들대

부분이그렇게살던시절이었다. 어린나이에떡볶이가한가득담긴냄비를

보면서늘‘스무개만먹어봤으면소원이없겠다’싶었다.

그때 주로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다녔던 윤미라는 친구가 있다. 윤미와

는주산학원에서처음만났다. 당시 우리가족이세들어살던집의또다

른 세입자가 주산학원 선생님이셔서 몇 번 아주머니를 따라갔다가 학원에

서 윤미를 만났다. 윤미네 부모님은 집안에 공업용 재봉틀 몇 대를 놓고

가내공업을 하셨다. 어린 윤미가 본격적으로 도울 일은 없었지만 일이 바

쁠때면재봉틀로작업하기편하도록옷감들을정리해놓거나, 작업이완료

된 것들을 한쪽으로 옮겨두는 일을 거들었다. 날씨가 궂어 밖으로 나가지

못할 때면, 옆방에서 나는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텔레비전

을 보며 놀았다. 둘 중 한 명이 용돈이 생기면 쪼르르 떡볶이 포장마차로

달려갔다.

아홉 살, 상계동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그 동네를 떠났다. 이사한 지

얼마되지않았을때윤미가놀러왔다. 깨끗한새놀이터도보여주고, 아파

트상가지하에있는분식집에도데려갔다. 윤미가돌아갈때가되어아파

트입구버스정류장까지데려다주기로했다. 주차장에서같은동에사는친

구들몇명이모여놀고있었다. 그중한명이“집에서만화영화를보기로

했다”며나에게“같이가자”고했다. 새로사귄친구들과놀고싶었다. 건성

홍PD의달콤한이야기

으로 윤미에게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고, 그 자리에서“잘 가”

하고손을흔들고는친구들을쫓아갔다.

한참을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인터폰으로 엄마가 나를 찾았다. 엄마는

“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윤미가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면

서“그렇게보내는게어딨냐”며야단을치셨다. 하는수없

이다시윤미와버스정류장으로향하는데, 그순간

윤미가귀찮게느껴졌다. 윤미와그만어울리

고 싶었다. 그날 이후 서로 연락이 뜸해

졌다. 곧소식이끊겼다.

얼마 전, 은사님을 뵈러 학교에 갔

다가 학교 안에 있는 작은 숲을 지

났다. 잎이 달린 나무는 거의 없었

다. 바닥에깔린낙엽들이얼마나두

터운지 밟을 때마다 푹푹 꺼졌다. 잠

시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눈을 뜨지

못하다가갑자기윤미생각이났다. ‘버스

를 타고 돌아간 윤미는 이후 어떻게 됐을

까?’, ‘대학에 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뭐가 됐을

까?’, ‘아니지, 꼭 무슨 대단한일을하고있어야하나?’하

며한번보고싶어졌다.

얼마 전, 15년 만에길에서우연히친구를만난사연이방송에소개됐는

데나에게도그런행운이왔으면하는생각이든다. 길에서마주쳐도못알

아보는 건 아닌지, 혹시 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되기도한다. 그래도꼭한번만나보고싶다.*

잃어버린시 간 을찾 아 서

홍지은 I여성시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