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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잊힐까 스물다섯해예술굿pdf.ihalla.com/sectionpdf/20180404-74810.pdf · 문 광장에서는 나만의 도장과 팝업북 만들기 체험, 작가와의 만남 등도 마

믿기 어려운 떼죽음이 이 땅에 있었다.

아카이브 영상 속 빠른 말투로 그 때의

기억을 풀어내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

였다. 그 주변에 있는 작가들은 굳은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

을까? 학살의 현장에서, 불타 없어진

마을에서 그들은 수도 없이 그런 질문

을 떠올렸을 게다.

25년동안 이어진 4 3미술제는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예술굿 이었다.

4 3유적지를 딛는 워크숍이 이번에도

마련됐고 작가들은 그 길 위에 섰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 혼신의 힘을 다

해 4 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 을 전한 70주

년 4 3추념일에 4 3미술제의 막이 올랐

다. 제주시 원도심 제주대병원이 있던

예술공간 이아와 사설 갤러리 아트스

페이스 씨에 4월의 사연이 놓였다.

올해는 4 3미술제를 만든 탐라미술인

협회(회장 김수범) 회원은 물론 국내외

작가 37팀 40명이 출품했다. 4월마다 미

술제를 펼쳐오는 동안 동어반복 을 피

하려는 지역 미술인들의 분투에 더해 4

3의 현장에서 받은 충격을 가슴에 담은

채 그래도 전진하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4 3미술제에서는 4 3의 진실은 무엇

인지 재차 묻는다. 자존의 저항 으로

살아남기 위해 올랐던 새벽 한라산(송

맹석의 바람꽃 ), 평생 따라다닌 공포

의 기억(양미경의 머리끄덩이 30

년 )은 여전하지만 4 3의 이름은 백비

(박진희의 질문의 숲 3 , 박경훈의

4 3 정명-두무인명상도 )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서울과 제

주에선 말하는 신문과 말하지 않는 신

문(연미의 말하는 글, 기억하는

입 )이 나왔다.

제주 사람들은 너도 나도 특별함이

없이 평등한 세상(이경재의 이녘의

땅 )을 꿈꿨다. 하지만 벽면을 채운 94

8명의 위패 같은 명단은 조직적 국가

폭력으로 온갖 고초를 겪다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되거나 살아남았더라

도 통한의 세월(오석훈의 국가테러-

재판은 없었다 )을 보내고 있는 현실

을 보여준다. 생존자의 생생한 육성(송

동효의 무등이왓 해설사 )이 헤드셋

을 타고 온다.

4 3은 제주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

다 건너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4 3 난

민 김동일 할머니(임흥순의 우리를

갈라놓은 것들 )는 한라산에서 억울하

게 스러져간 동지들의 거룩한 죽음 을

알리려 애쓰다 저 세상으로 갔다.

살아남은 어떤 이는 4 3을 말하는

일이 고통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 끔찍

한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잠을 못

이룬다고 털어놓는다. 마음의 지도

(홍보람)엔 70년 전의 일로 집단적 트

라우마를 겪어온 우리들이 있다. 그들

의 손을 어떻게 잡아줄 것인가? 4 3미

술제는 또 다시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이달 29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64)758

-0332.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제주4 3을 다룬 권윤덕의 그림책 나

무 도장 전시가 4 3 70주년을 맞아 서

울과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발간된 나무 도장 은 4 3 학

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의 이야

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에

서 성인까지 4 3을 몰랐던 이들이 그

역사를 바로 알고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됐다. 4 3 이야기가 아

픔과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사람

과 사회의 희망을 길어내는 계기가 되

도록 짜여졌다.

전시 장소는 제주시 조천읍 북촌

너분숭이기념관(4월 30일까지), 서울

낙원상가 전시공간(4월 29일까지), 서

울 광화문 광장(4월 7일 낮 12~오후 6

시)이다. 이곳을 찾으면 그림책 원화

만이 아니라 그림책 만드는 과정을

사진에 담은 그림책 과정 사진전 ,

원화의 과정 그림 들을 편집한 과

정 더미북전 , 현장 답사와 유족 인터

뷰 등 책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편

집한 동영상 등을 만날 수 있다. 광화

문 광장에서는 나만의 도장과 팝업북

만들기 체험, 작가와의 만남 등도 마

련된다. 진선희기자

문 화2018년 4월 4일 수요일8

고재만의

<97>구성: (사)제주어보전회

*제주어 풀이

거룩한 죽음 잊힐까

스물다섯해 예술굿

연미의 말하는 글, 기억하는 입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제주도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예술공간 이아

(옛 제주대병원)가 갤러리 대관을 추

가 공모하고 있다.

이번 공모에서는 기획대관 6건, 일반

대관 5건 등 총 11건을 선정할 예정이

다. 대관 가능한 시설은 갤러리1(면적2

64.72㎡, 80평)과 갤러리2(면적262.12

㎡, 79.3평)이다.

접수 기한은 오는 19일까지다. 대관기

관은 5월부터 8월까지로 월별 2주 또는

1개월 단위로 대관 신청을 받는다. 단,

제주문예재단이 주관하는 기획 초청전

시 등 우선대관 전시는 대관일에서 제

외된다. 신청서는 제주문예재단이나 예

술공간 이아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문의 064)800-9333. 진선희기자

(사)제주민예총은 이달 14일 제주지역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

으로 청소년 4 3역사문화 탐방 을 진

행한다.

탐방 장소는 4 3 최대의 피해 마을

인 북촌 너분숭이 역사기념관, 순이삼

촌 문학비, 선흘리 낙선동 성터, 동백

동산, 평화공원 등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답사 안내는

고제량 사단법인 제주생태관광협회 대

표가 맡는다.

선착순 35명을 모집하고 있다. 참가

비는 무료. 참가 신청서는 제주민예총

블로그(http://blog.daum.net/jepaf)

에서 내려받은 후 이메일(jjpac@

hanmail.net)로 접수하면 된다. 문의 0

10-6701-6835. 진선희기자

송맹석의 바람꽃오석훈의 국가테러-재판은 없었다 (부분)송동효의 무등이왓 해설사박진희의 질문의 숲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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