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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음악을 택한 아이돌 그룹들 세 번의 파도가 밀려온다 김윤하 음악평론가 <반지의 제왕>도 <스타워즈>도 아니지만 3부작이다. 2016년 새로운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 린 아이돌들은 하나같이 3부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제 활동 2년 차에 들어간 신인 그룹도, 그 룹 유지에 여러모로 중요한 시기라는 활동 5년 차를 맞이한 비교적 중견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데 뷔곡 ‘아낀다’와 ‘만세’에 이은 ‘예쁘다’로 소년 3부작을 완성 짓겠다 선언한 그룹 세븐틴은 물론, ‘Candy Jelly Love’, ‘ 안녕(Hi~)’, ‘Ah-Choo’로 소녀 3부작을 마무리 지은 러블리즈도 앨범 <A New Trilogy>로 새로운 3부작의 서막을 열었다. 그룹 빅스 역시 2016년 한 해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3부작 활동을 예고하며 이 치열한 싸움의 한가운데에 섰다. 샤이니, 방탄소년단, 그리고 여자친구 3부작 전쟁의 서막을 열어젖힌 건 그룹 샤이니였다. 2013년 ‘오해(Misconception)’를 콘셉트 로 시리즈 앨범 발매를 알린 샤이니는 ‘Dream Girl’, ‘Why So Serious?’, ‘Everybody’와 함께 끈끈한 유대를 유지했다. 샤이니가 지금의 3부작 유행을 있게 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라면, 그 작은날개짓을거대한유행의파도로만든이들이있었으니,바로방탄소년단과여자친구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화양연화’를 테마로 한 청춘 2부작을 전면에 내세워 활동을 이어간 방탄소년단은 그룹이 품고 있던 위태로운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대 세 그룹의 대열에 들어섰다. 특히 Part 1과 2, 그리고 ‘Young Forever’를 슬로건으로 내건 ‘Epilogue’ 활동까지, 이들이 그려낸 청춘의 초상은 성공보다는 좌절에, 희열보다는 냉소에 익 숙한지금의청춘들과완벽한평행우주를이루며깊은공감대를확보했다. 방탄소년단이 ‘청춘’이라는 단어가 품은 다양한 담론과 메시지를 세련된 팝 사운드와 이 미지로 전달하고자 했다면, 여자친구는 보다 직관적인 메시지로 보다 뜨거운 대중의 반응을 끌 어냈다. 여자친구는 데뷔곡 ‘유리구슬’부터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까지, 입학-방 학-졸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학교’라는 공간과 시절을 정의했고, 특유의 청량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생동감을 더하며 2016년 상반기를 ‘여자친구’ 네 글자로 물들였다. 데뷔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이 행운과도 같은 인기는 사실 운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노래, 안무, 캐릭터 가 삼위일체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성된 기획의 힘을 믿고 그대로 밀어붙인, 충분히 예측가능한결과였다. 음악, 이야기가 되다 이러한 유행을 우리가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꽤나 어색해진다. 인 류 보편적 상식으로는 음악은 이야기보다는 멜로디로, 이성보다는 감성의 울림으로 사랑받아 온 예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을 둘러싼 담론은 대부분 예술적 가치나 장르를 기반으로 이 루어져왔다.특히‘흥’을위해존재하는대중적인팝음악의경우는더더욱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다양한 3부작 작품들이 등장하고 사랑받는 지금은 어쩌면 음악이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력’을 비로소 끄집어내기 시작한 순간은 아닐까. 한 곡이나 한 장으로 마무리하기엔 아쉬운 이야기들을 다각도로 다루고자 하는 창작자로서 욕심은 물론, ‘스 토리텔링’이중시되고있는세태도무시못할동력일것이다. 만드는 사람이야 삼중고에 시달리겠지만, 대중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대중음악은 대중 성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한 곡이나 한 앨범 안에서 서사의 완결은 여전히 필수 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그 서사의 속내와 의도가 궁금해질 때, 우리는 우리만의 또 다른 세계가있는크고넓은놀이터를얻게된다. 덩치가 커진 만큼 깊어진 서사와 복잡하게 교차되는 이미지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풍경을 드러낸다. 치밀하고 정교하게 직조된 미로 속에서 끊임없이 지적으로 자극당하는 것도 즐겁지 만,때로얼기설기얽힌이야기속아무도모르는나만의보물을찾아내는재미도쏠쏠하다. 그것이 의도든 우연이든, 전에 없이 복잡하고 길어진 호흡을 자랑하는 3부작 음악 속 이야 기들은 계속해서 스스로의 자리를 넓힐 것이다. 그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불어난 몸집이 남긴 흔적은 아이돌 음 악, 나아가 대중음악이 문화계에 그릴 새로운 지도의 궤적이 되는 건 아닐까, 괜스런 기대를 걸 어보는것이다. 대중음악은 대중성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한 곡이나 한 앨범 안에서 서사의 완결은 여전히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그 서사의 속내와 의도가 궁금해질 때, 우리는 우리만의 또 다른 세계가 있는 크고 넓은 놀이터를 얻게 된다. 1 2 1, 2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64 65 2016 05 06 Trend Inside Music

Music - KOCCA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19/vol19_15.pdf · 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화양연화’를 테마로 한 청춘 2부작을 전면에 내세워 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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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Music - KOCCA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19/vol19_15.pdf · 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화양연화’를 테마로 한 청춘 2부작을 전면에 내세워 활동을

3부작 음악을 택한 아이돌 그룹들

세 번의 파도가 밀려온다글김윤하음악평론가

<반지의 제왕>도 <스타워즈>도 아니지만 3부작이다. 2016년 새로운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

린 아이돌들은 하나같이 3부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제 활동 2년 차에 들어간 신인 그룹도, 그

룹 유지에 여러모로 중요한 시기라는 활동 5년 차를 맞이한 비교적 중견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데

뷔곡 ‘아낀다’와 ‘만세’에 이은 ‘예쁘다’로 소년 3부작을 완성 짓겠다 선언한 그룹 세븐틴은 물론,

‘Candy Jelly Love’, ‘ 안녕(Hi~)’, ‘Ah-Choo’로 소녀 3부작을 마무리 지은 러블리즈도 앨범

<A New Trilogy>로 새로운 3부작의 서막을 열었다. 그룹 빅스 역시 2016년 한 해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3부작 활동을 예고하며 이 치열한 싸움의 한가운데에 섰다.

샤이니, 방탄소년단, 그리고 여자친구

3부작전쟁의서막을열어젖힌건그룹샤이니였다.2013년‘오해(Misconception)’를콘셉트

로시리즈앨범발매를알린샤이니는‘DreamGirl’,‘WhySoSerious?’,‘Everybody’와함께

끈끈한유대를유지했다.샤이니가지금의3부작유행을있게한작은나비의날갯짓이라면,그

작은날개짓을거대한유행의파도로만든이들이있었으니,바로방탄소년단과여자친구다.

생의가장아름다운한때,‘화양연화’를테마로한청춘2부작을전면에내세워활동을

이어간방탄소년단은그룹이품고있던위태로운매력을극한으로끌어올리며순식간에대

세그룹의대열에들어섰다.특히Part1과2,그리고‘YoungForever’를슬로건으로내건

‘Epilogue’활동까지,이들이그려낸청춘의초상은성공보다는좌절에,희열보다는냉소에익

숙한지금의청춘들과완벽한평행우주를이루며깊은공감대를확보했다.

방탄소년단이‘청춘’이라는단어가품은다양한담론과메시지를세련된팝사운드와이

미지로전달하고자했다면,여자친구는보다직관적인메시지로보다뜨거운대중의반응을끌

어냈다.여자친구는데뷔곡‘유리구슬’부터‘오늘부터우리는’,시간을달려서’까지,입학-방

학-졸업이라는세가지키워드로‘학교’라는공간과시절을정의했고,특유의청량하고건강한

이미지로생동감을더하며2016년상반기를‘여자친구’네글자로물들였다.데뷔1년도되지

않은상황에서터진이행운과도같은인기는사실운과는큰상관이없었다.노래,안무,캐릭터

가삼위일체로시너지효과를낼수있도록구성된기획의힘을믿고그대로밀어붙인,충분히

예측가능한결과였다.

음악, 이야기가 되다

이러한유행을우리가음악에대해가지고있는상식으로이해하려고하면꽤나어색해진다.인

류보편적상식으로는음악은이야기보다는멜로디로,이성보다는감성의울림으로사랑받아

온예술이기때문이다.따라서음악을둘러싼담론은대부분예술적가치나장르를기반으로이

루어져왔다.특히‘흥’을위해존재하는대중적인팝음악의경우는더더욱그랬다.

그런의미에서보자면,다양한3부작작품들이등장하고사랑받는지금은어쩌면음악이

지금껏숨겨왔던자신의‘이야기력’을비로소끄집어내기시작한순간은아닐까.한곡이나한

장으로마무리하기엔아쉬운이야기들을다각도로다루고자하는창작자로서욕심은물론,‘스

토리텔링’이중시되고있는세태도무시못할동력일것이다.

만드는사람이야삼중고에시달리겠지만,대중은그저즐거울따름이다.대중음악은대중

성을완전히포기할수는없다.그러므로한곡이나한앨범안에서서사의완결은여전히필수

적으로달성해야하는과제다.그서사의속내와의도가궁금해질때,우리는우리만의또다른

세계가있는크고넓은놀이터를얻게된다.

덩치가커진만큼깊어진서사와복잡하게교차되는이미지들은전에없던새로운풍경을

드러낸다.치밀하고정교하게직조된미로속에서끊임없이지적으로자극당하는것도즐겁지

만,때로얼기설기얽힌이야기속아무도모르는나만의보물을찾아내는재미도쏠쏠하다.

그것이의도든우연이든,전에없이복잡하고길어진호흡을자랑하는3부작음악속이야

기들은계속해서스스로의자리를넓힐것이다.그영역이어디까지확장될지,어떤영향력을

발휘하게될지는아무도장담할수없다.하지만그렇게불어난몸집이남긴흔적은아이돌음

악,나아가대중음악이문화계에그릴새로운지도의궤적이되는건아닐까,괜스런기대를걸

어보는것이다.

대중음악은

대중성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한 곡이나 한 앨범

안에서 서사의 완결은

여전히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그 서사의 속내와

의도가 궁금해질 때,

우리는 우리만의

또 다른 세계가 있는

크고 넓은 놀이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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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방탄소년단의<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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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5 06Trend Inside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