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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상담 34 2014·9 인문학 자유 삶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인문학 수업 얼 쇼리스 지음·박우정 옮김 현암사, 2014년 언론인, 사회비평가, 대학강사, 잡지의 편집자를 지낸 저자 얼 쇼리스는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민하던 1995년 중범 죄자 교도소에서 비니스 워커라는 여성을 만났다. 대화를 이 어 가던 중 그녀는 거친 말투로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차이는 인문학 교육을 받았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있다고 했 다. 이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쇼리스는 가난한 사람 들을 비롯해 추잡함, 폭력, 굶주림, 학대, 열악한 주거 환경 등 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인 클레멘 트 코스를 개설한다. 이 과정에서 르네상스 인문학의 효시라 고 할 수 있는 프란치스코 페트라르카가 중요하게 생각한 도 덕철학, 역사, 문학, 예술, 논리학을 교육과정의 기본 틀로 삼 아 하버드나 예일, 옥스퍼드 대학의 1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수 준으로 가르쳤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서들을 읽 고 미술관과 음악회에 가기도 했다. 또한 일방적인 강의가 아 닌 대화를 통해 사유를 확장하는 방식인‘소크라테스의 산파 술’을 활용해 스스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을 선별하는 데 있어서 끝까지 가보겠다는‘의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생전 인문학을 접하지 못 했던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세상 앞에 당 당히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코스는 17년간 캐나다, 멕시 코, 알래스카, 호주, 한국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가‘오디세이 코스’ , ‘벤처 코스’ , ‘야아베스카니랴라크’등으로 이름을 바 꿔가며 각 공간에 맞게 확장됐다. 처음 이 내용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신문에서 성공 회대학이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성 프란시스 대학’을 개설했 고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서였다. 이 과정 의 시초가 바로 쇼리스가 제안한 클레멘트 코스였으며, 쇼리 스는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클레멘트 코스는 세 계 각지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쇼리스 는 두 권의 책을 남겼는데, 두 번째 것이 이 책「인문학은 자유 다」이다. 먼저나온「희망의인문학」에서클레멘트코스에대 해 설명하고 있으며, 이 책「인문학은 자유다」에서는 세계 각 지에서 인문학 강좌가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실증적으 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클레멘트 코스는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이것은 코스를 만들던 때부터 쇼리스가 증명해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했다. 1995년 클레멘트 코스에 참여한 다른 여성 재소자들은 한 명만 빼고 모두 출소했으며, 다시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학에 진학해 전문적인 직업을 찾은 사람들 도 있고,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를 계속 하는 사람도 있었 다. 그런데 쇼리스는 이런 가시적인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찰’과‘자유’의획득이라고이야기했다. 이것은수동적으 로 반응하던 삶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했다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레멘트 코스에서는 안락한 가정 을 꾸리고 예술을 향유하는 삶의 추구, 공동체의 행사 참여, 인문학 교육에 대한 의지,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폭력 대신 대화로 풀기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작지만 강한 일상적인 변화들이 가득 일어났다. 소외된 채 살아가던 빈민이‘위험한 시민’으로재탄생하는순간이었다. 책을 덮으며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돈이 최고라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쿨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는 우리 시대 전체에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에 좀 더 집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한 편으로는 최 근 우후죽순 인문학 강좌들이 생겨나고 또 인기를 모으고 있 는데, 가벼운 자기만족에 머물러 인문학 자체가 소비되는 것 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사람, 사람됨의 근본적인 그 무엇인가 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 이숙현 편집부장

가정상담1409 1904.3.10 12:59 AM 페이지34 TEST 2540DPI 150LPIlawhome.or.kr/pds/new_mag/가정상담1409_좋은책.pdf · 코, 알래스카, 호주, 한국등전세계로퍼져나가‘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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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상담 34 2014·9

인문학은자유다삶의가장자리에서만난인문학수업

얼쇼리스지음·박우정옮김

현암사, 2014년

언론인, 사회비평가, 대학강사, 잡지의편집자를지낸저자

얼쇼리스는빈곤문제의해결을위해고민하던 1995년중범

죄자 교도소에서 비니스 워커라는 여성을 만났다. 대화를 이

어가던중그녀는거친말투로가난한사람과부유한사람의

차이는 인문학 교육을 받았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있다고 했

다. 이말이머릿속에서떠나지않았던쇼리스는가난한사람

들을비롯해추잡함, 폭력, 굶주림, 학대, 열악한주거환경등

에노출된사람들에게인문학을가르치는프로그램인클레멘

트 코스를 개설한다. 이 과정에서 르네상스 인문학의 효시라

고 할 수 있는 프란치스코 페트라르카가 중요하게 생각한 도

덕철학, 역사, 문학, 예술, 논리학을교육과정의기본틀로삼

아하버드나예일, 옥스퍼드대학의1학년학생들이배우는수

준으로가르쳤다. 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의철학서들을읽

고미술관과음악회에가기도했다. 또한일방적인강의가아

닌 대화를 통해 사유를 확장하는 방식인‘소크라테스의 산파

술’을활용해스스로수업에참여할수있도록했다. 학생들을

선별하는데있어서끝까지가보겠다는‘의지’를가장중요한

기준으로삼았던것도이때문이다. 생전인문학을접하지못

했던사람들은책을읽고자신의생각을말하며세상앞에당

당히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코스는 17년간 캐나다, 멕시

코, 알래스카, 호주, 한국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가‘오디세이

코스’, ‘벤처 코스’, ‘야아베스카니랴라크’등으로 이름을 바

꿔가며각공간에맞게확장됐다.

처음이내용에대해알게된것은몇년전신문에서성공

회대학이노숙자를대상으로한‘성프란시스대학’을개설했

고상당한효과를거두고있다는보도를통해서였다. 이과정

의 시초가 바로 쇼리스가 제안한 클레멘트 코스였으며, 쇼리

스는지난 2012년세상을떠났지만그의클레멘트코스는세

계 각지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쇼리스

는두권의책을남겼는데, 두번째것이이책「인문학은자유

다」이다. 먼저나온「희망의인문학」에서클레멘트코스에대

해설명하고있으며, 이 책「인문학은자유다」에서는세계각

지에서인문학강좌가어떻게뿌리내리고있는지를실증적으

로보여주고있다.

그렇다면 클레멘트 코스는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이것은

코스를만들던때부터쇼리스가증명해내야하는과제이기도

했다. 1995년 클레멘트코스에참여한다른여성재소자들은

한명만빼고모두출소했으며, 다시교도소에들어온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학에 진학해 전문적인 직업을 찾은 사람들

도있고, 박사학위를따기위해공부를계속하는사람도있었

다. 그런데쇼리스는이런가시적인성과보다더중요한것이

‘성찰’과‘자유’의 획득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수동적으

로반응하던삶에서벗어나주체적으로사유하기시작했다는

지표이기때문이다. 실제로클레멘트코스에서는안락한가정

을 꾸리고 예술을 향유하는 삶의 추구, 공동체의 행사 참여,

인문학 교육에 대한 의지,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폭력 대신

대화로풀기등일일이나열할수없는작지만강한일상적인

변화들이가득일어났다. 소외된채살아가던빈민이‘위험한

시민’으로재탄생하는순간이었다.

책을 덮으며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돈이 최고라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쿨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는 우리 시대 전체에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에 좀

더집중하는사회가되어야한다는것등이다. 한편으로는최

근 우후죽순 인문학 강좌들이 생겨나고 또 인기를 모으고 있

는데, 가벼운 자기만족에 머물러 인문학 자체가 소비되는 것

은아닌가하는우려도없지않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사람, 사람됨의 근본적인 그 무엇인가

에대한성찰이절실하다.

이숙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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