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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프랑스는 故 프랑수와 미테 랑(Francois Maurice Marie Mitterrand, 1916.10.26~1996.1.8) 대통령을 추모 하는 10주기 행사로 떠들썩하였다. 그의 고향인 자르 나크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리오넬 조스팽, 로랑 파비 위스, 에디트 크레송, 장피에르 라파랭 등 전직 총리 들을 포함해 수백 명이 참석하였고, 그의 생가는 박물 관으로 꾸며져 일반에 공개되었다. 또한 지난해부터 서점가에는 그의 치적이나 사생활의 비밀을 다룬 책 만 20여 권이 앞 다퉈 출간되었다. 그리고 추모 기간 동안 파리시에서는‘미테랑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 라고 명명된 10곳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선정하여 산 책 코스를 마련하였는데, 이중에는 파리를 21세기 알 렉산드리아로 만들려했던 그의 꿈이 담긴 프랑스 국 립 미테랑 도서관도 포함되어 있다. 미테랑 대통령 미테랑은 가난한 철도직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파리 대학을 졸업한 후 언론인 겸 변호사로 활동하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종군하여 독일군 포로가 되었으 나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레지스탕스에 참가하였다. 종전 후 정계에 입문, 1981년 좌파 사회당을 이끌어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었으며 1988년 재선하였다. 1994년 퇴임시“지금 15세에서 20세까지의 청소년 들은 대통령이라면 나밖에 모른다. 내가 그들이라도 싫증날 것이다”고 말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무 려 14년간 대통령의 자리를 지켰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그는 사형제도 폐지, 사회 개혁, 유럽 통 합에의 기여 등 많은 업적을 이룩하였다. 특히 그랜드 프로젝트(Mitterand Grand Projects)를 통해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신개선문, 라 빌레트 공원,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프랑스 국립도서 관 등 많은 문화 예술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과정에서“국가 재정 을 거덜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미테랑 재임 중 공공부채는 1,100억 유로에서 6,578억 유로 로 폭증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1996년 1월 8일 전립선암으로 사망하였다. 사후 그에 대한 평가는 지 금도 엇갈린다. 사회당 자크 랑 의원은 추모사에서“미테랑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생 각하게 해주었다”고 하였으며, 미테랑 대통령을 보좌했던 철학자 자크 아탈리는“미테랑은 프랑스의 마지막 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우파인 여권에서는“실업 문제를 비롯한 오늘날 문제의 대 부분은 1980년대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됐다”고 꼬집기도 한다. 또한 재임 말기에 빚어진 금품비 리 및 도청 스캔들, 숨겨진 딸을 비롯한 복잡한 사생활 등 문제가 많은 대통령이었는데도 치적만 강조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세느강의 명물 프랑스 국립 미테랑 도서관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치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현대 파리의 모습을 만들어 낸‘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였다. 17세기 마자랭 재상 이후 프랑스를 통치한 국가원수들 가운데 가 장 책을 좋아했다는 미테랑 대통령이 추진한 문화사업 중 맨 마지막에 실현된 것이 미테랑 도서관이다. 1988년 7월 14일,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는 연례 방송에서‘세계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이며 모든 지식 분야를 관장하는 도서관 건립’이라는 대계획을 발표하였다. 당시 취재 기자 중 한 명은‘매우 거대한 도서관(테제베, TGB ; Tres Grande Bibliotheque)’이라는 제목으로 도서관 건립 계획을 보도하였고, 신문들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의 실태를 보도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89년 국제 공모전을 통해 당시 신예 건축가였던 도 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선정되었고, 1990년부터 건립공사에 들어가, 1996년 일반 열람실을 개관하였으며, 1998년 연구 열람실이 개관됨에 따라 미테랑 도서관 건립이 완성되었다. 8 년여의 기간 동안 1조원이 넘는 12억 유로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투자되었다. 미테랑 도서관은 파리 13區 리브 곳(Paris Rive Gauche)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책을 반쯤 펼쳐놓 은 듯한 L자 형 유리 건축물 4동(20층 79m, 지하 2층)은 각각 시간탑, 법률탑, 문자탑, 시간탑이라 불리우는데 건물로 에워싸인 중앙에는 12,000㎡의 아름다운 나무숲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지하 2 층부터 지상 11층까지 서고(서가 총 연장 길이 395Km), 7층은 도서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하 1층 일반 도서관(Haut-de-jardin)은 실 면적 26,540㎡, 열람 좌석 수 1,500여석을, 지하 2층 연구 도서관(Rez-de-jardin)은 실 면적 26,680㎡ 연구자 좌석 수 2,034석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 전시실(2개), 포럼 강당(1개), 음악 및 연극용 소·대형 강당(2개) 등을 갖춤으로서 종합적인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도서관 인력은 총 2,800여명, 이중 사서는 300여명에 달하며, 한 해 예산 도서관으로부터 E x l i b r i s 12 3M Library News 미테랑 대통령과 프랑스 국립 도서관 미테랑 대통령 국민성을 반영한 프랑스 국립 도서관

3M 0601 library news no.20... · 2016-12-12 · Ñ d l Ð Ì × Ð Ì û ì · * Ì 'sbodpjt .bvsjdf .bsjf .juufssboe _ > ø 8 v } Þ × ± Ý ï ý \ e Þ Ó î Ò d ñ k w 0 a 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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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프랑스는故프랑수와미테

랑(Francois Maurice Marie Mitterrand,

1916.10.26~1996.1.8) 대통령을 추모

하는10주기행사로떠들썩하 다. 그의고향인자르

나크에서열린추도식에는리오넬조스팽, 로랑파비

위스, 에디트크레송, 장피에르라파랭등전직총리

들을포함해수백명이참석하 고, 그의생가는박물

관으로꾸며져일반에공개되었다. 또한 지난해부터

서점가에는그의치적이나사생활의비 을다룬책

만20여권이앞다퉈출간되었다. 그리고추모기간

동안파리시에서는‘미테랑대통령의발자취를따라’

라고명명된10곳의상징적인장소들을선정하여산

책코스를마련하 는데, 이중에는파리를21세기알

렉산드리아로만들려했던그의꿈이담긴프랑스국

립미테랑도서관도포함되어있다.

미테랑대통령

미테랑은가난한철도직원의아들로태어났다. 파리

대학을졸업한후언론인겸변호사로활동하 으며,

제2차세계대전때는종군하여독일군포로가되었으

나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레지스탕스에 참가하 다.

종전후정계에입문, 1981년좌파사회당을이끌어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었으며 1988년 재선하 다.

1994년퇴임시“지금15세에서 20세까지의청소년

들은대통령이라면나밖에모른다. 내가그들이라도싫증날것이다”고말했을정도로오랜기간, 무

려14년간대통령의자리를지켰다. 대통령직을수행하면서그는사형제도폐지, 사회개혁, 유럽통

합에의기여등많은업적을이룩하 다. 특히그랜드프로젝트(Mitterand Grand Projects)를통해

루브르박물관의유리피라미드, 신개선문, 라빌레트공원, 바스티유오페라극장, 프랑스국립도서

관등많은문화예술공간을만들어냈다. 그러나이러한사회복지를확충하는과정에서“국가재정

을거덜냈다”는비판을받기도하는데, 미테랑재임중공공부채는1,100억유로에서6,578억유로

로폭증했다. 미테랑대통령은1996년1월8일전립선암으로사망하 다. 사후그에대한평가는지

금도엇갈린다. 사회당자크랑의원은추모사에서“미테랑은우리에게불가능한것을가능하다고생

각하게해주었다”고하 으며, 미테랑대통령을보좌했던철학자자크아탈리는“미테랑은프랑스의

마지막왕이었다”고평가했다. 이에반해우파인여권에서는“실업문제를비롯한오늘날문제의대

부분은1980년대의잘못된선택에서비롯됐다”고꼬집기도한다. 또한재임말기에빚어진금품비

리및도청스캔들, 숨겨진딸을비롯한복잡한사생활등문제가많은대통령이었는데도치적만강조

되고있다는비판도있다.

세느강의명물프랑스국립미테랑도서관

미테랑대통령은프랑스역사상가장강력한정치지도자일뿐만아니라, 현대파리의모습을만들어

낸‘건축가이자도시계획가’다. 17세기마자랭재상이후프랑스를통치한국가원수들가운데가

장책을좋아했다는미테랑대통령이추진한문화사업중맨마지막에실현된것이미테랑도서관이다.

1988년7월14일, 미테랑대통령은프랑스대혁명을기념하는연례방송에서‘세계에서가장크고

현대적이며모든지식분야를관장하는도서관건립’이라는대계획을발표하 다. 당시취재기자중

한명은‘매우거대한도서관(테제베, TGB ; Tres Grande Bibliotheque)’이라는제목으로도서관

건립계획을보도하 고, 신문들은프랑스국립도서관과대학도서관의실태를보도하면서이러한

문제를시급히해결해야한다고입을모았다. 1989년국제공모전을통해당시신예건축가 던도

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선정되었고, 1990년부터 건립공사에 들어가, 1996년 일반

열람실을개관하 으며, 1998년연구열람실이개관됨에따라미테랑도서관건립이완성되었다. 8

년여의기간동안1조원이넘는12억유로라는어마어마한비용이투자되었다.

미테랑도서관은파리13區리브곳(Paris Rive Gauche) 지역에위치하고있다. 책을반쯤펼쳐놓

은듯한L자형유리건축물4동(20층79m, 지하2층)은각각시간탑, 법률탑, 문자탑, 시간탑이라

불리우는데건물로에워싸인중앙에는12,000㎡의아름다운나무숲정원이조성되어있다. 지하 2

층부터지상11층까지서고(서가총연장길이395Km), 7층은도서관사무실로사용하고있는데,

지하1층일반도서관(Haut-de-jardin)은실면적26,540㎡, 열람좌석수1,500여석을, 지하2층

연구도서관(Rez-de-jardin)은실면적26,680㎡연구자좌석수2,034석을갖추고있다. 이밖에

전시실(2개), 포럼강당(1개), 음악및연극용소·대형강당(2개) 등을갖춤으로서종합적인문화

공간의역할을하고있다. 도서관인력은총2,800여명, 이중사서는300여명에달하며, 한해예산

도 서 관 으 로 부 터

E x l i b r i s123M Library News

미테랑대통령과프랑스국립도서관

미테랑대통령

국민성을반 한프랑스국립도서관

3M_0601 2006.6.2 1:54 PM 페이지13 TG 2540DPI 72L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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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146백만유로, 이중정부지원금이112백만유로이다(2002년기준). 미테랑도서관은건물규모

면에서운 예산면에서엄청난도서관임에틀림없다.

한편, 미테랑도서관은미테랑대통령이의욕적으로추진한대형공공프로젝트가운데가장돈이많

이들었을뿐만아니라가장말썽이많았던프로젝트 다. 미테랑도서관은개관한지불과3주만에

2천여명의도서관직원가운데8백여명이파업에들어가문을닫아야만했다. 도서대출과반납, 직

원및열람객의출입을관리하는컴퓨터시스템의결함으로때문에시작된이파업은이거대한구조

물을‘비인간적’이라하 다. 또한건물자체에도하자가많다. 창문이없어통풍이안될뿐만아니라

열람실은사치스러울정도로넓은데비해사무실은지나치게비좁았다. 책을자동으로수송하는시

스템도설비와책의크기가맞지않아무용지물이었다. 언론들은이도서관을불과8년만에완공한

정부의졸속행정이모든불행을낳았다고지적하 다. 한국에서는1, 2년만에건물이뚝딱올라가기

에8년이란기간도엄청난시간이지만, 국의국립도서관은짓는데만무려22년이걸렸으니유럽적

사고방식으로봤을때는무리도아니라하겠다.

프랑스국민성의반

미테랑도서관은프랑스식허 심과오만함을드러내는무모한시도라는초기의비난에도불구하고,

도서관으로서의기능과건축의아름다움에서모두에의해정당한평가를받고있을뿐만아니라문

화강국프랑스의자존심을지키는원동력이되고있다. 많은비난에도불구하고엄청난투자가가능

했던것은한마디로국가경쟁력은모두‘문화’에서나온다는미테랑대통령의신념때문이었다. 어

느나라국민이든자기나라를사랑하지않는국민이있으랴마는프랑스국민들처럼조국에대한남

다른긍지와자부심을가지고있는국민들도드물다. 19세기후반통일독일이등장하기전만해도

유럽의최강자로거의모든전쟁을휩쓸었던화려한과거가아직도프랑스인들의뇌리속에서사라

지지않고있다. 이들의국가관은크게‘힘’, ‘프랑스’, ‘위대한국가’라는세단어로정리할수있다.

미테랑대통령은“위대한프랑스를세계만방에과시하는것이야말로프랑스국민이지고있는숭고

한의무이다.”라고부르짖으면서, 프랑스의웅장한역사적건물건축에심혈을기울 다. 이는미테

랑의후임시라크대통령도별차이가없었다.

프랑스미테랑도서관은1998년완공이후전산시스템의고장, 파업, 화재, 침수사건등많은우여

곡절을겪었지만여전히잘돌아가고있다. 미테랑대통령은“나의가장큰관심거리는오늘의사람

들의의견이아니라내일의역사학자들의평가다. 미래를생각하는인간에게는언제까지나미래가

있다”고말하 다. 만약한국의대통령이미테랑대통령처럼1조원이넘는예산을도서관에투자한

다고발표하면어떤일이벌어질까? 이런즐거운상상이, 단지상상임에도유쾌한결론으로이어지지

못한다면한국국민은아직미테랑대통령과같은문화적무모함을받아

들일준비가되어있지않기때문일것이다. 한국에서도한번쯤은미테랑

대통령과같은국가적인도서관건축을추진하는지도자가나왔으면하는

부러움을느낀다. _ 리스토피아넷신대범

프랑스국립도서관

프랑스국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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