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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구독신청 및 배달•광고문의(업무국) ☎ 880-5215 (구독료: 3만원/1년) 『대학신문』은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52년 2월 4일 창간(주간) Seoul National University News 대학만평 15 기사제보 및 기사 관련 불편•불만 접수, 독자투고(편집국) (우) 08826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75동 2층 대학신문사 ☎ 880-5214 / E-mail [email protected] / 페이스북 메시지 @snupress / 인스타그램 DM @snu_news 맥 박 지난 1학기, 카데바 실습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 고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소 눈알과 돼지 심장을 해부할 때 크게 힘들지 않았 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첫 카데바 실습 일이었던 지 난 5월 8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혜화역에 내려 땀 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넘어 학교에 갈 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다. 실습실에 들어가 포르말린의 이상한 냄새가 겹쳐 쓴 두 개의 마스크를 뚫고 콧구멍으로 확 들어오자 왠지 모르게 등이 딱딱하고 차갑게 굳 는 기분이었다. 철로 된 차가운 침상 위 하얀 천을 교 수님이 걷어내자 눈을 감고 있는, 마치 자고 있는 것 같은 카데바를 볼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뭘 그렇게 까지 놀랐을까 싶지만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바 싹 마른 마지막 모습과 꼭 닮은 카데바가 의대생들 이 앞서 해부를 해 놓은 탓에 근육과 뼈가 적나라하 게 드러나 있는 모습이 당시엔 큰 충격이었다. 그래 도 수업 때 배웠던 근육들을 직접 찾고 관찰하는 것 에 집중하다보니 놀랐던 마음이 가라앉았고, 실제 근 육은 책 속 삽화와 꽤 달랐기에 실제로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참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8월 중순까지, 석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나는 고기를 씹을 수 없었다. 첫 카데바 실습을 담담하게 잘 끝내고 왔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실습 실에서 봤던 장면이 문득문득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소크라테스의 삼단논법에 따르면 나는 사람이기에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러면 나도 카데바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텐데, 고기의 살결과 해부된 카데바의 그것 은 너무도 똑같았고, 고기를 씹는 것이 마치 나의 일 부를 씹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것을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고기는 생각보다 많은 음식에 들어있었다. 대 부분의 식당 음식에는 고기가 들어있었고, 자취방에 서 매일같이 먹던 180초 카레에서도 동그랗고 작은 고기를 발견했다. 누군가 잘만 먹던 고기를 어느 날 돌연 못 먹겠다고 하면 나 같아도 궁금했겠지만, “고 기를 왜 안 먹냐”는 질문에 매번 답하는 것도 꽤 번거 로웠다. 골 때리는 점은 “네가 고기를 못 먹으니까 고 깃집은 가지 말자” 따위의 자연스러운 배려에서도 괜 히 마음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서 기억은 점 점 옅어졌다. 카데바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아무리 애 를 써 봐도 누군가 그 기억을 훔쳐 간 듯 떠오르지 않 게 된 지난 8월 중순 즈음부터는 슬슬 고기를 씹을 수 있었다. 이제는 입에 넣고 꼭꼭 씹고 있더라도 그것과 그것이 같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5월 8일에 같은 실습실에 있었던 주변 동기들에겐 별일이 없는 걸 보 면, 별일이 아니었는데 뭘 그렇게 유난이었을까 싶기 도 하다. 그때의 나는 지금 고기를 씹어 먹고 있는 지 금의 나를 보면 기겁했을 텐데, 지금의 나는 그때 고 기를 씹기 무서워하는 내가 참 신기하다. 겉으로 보기엔 의도치 않은 채식일 수 있지만, 곰곰 이 생각해보면 고기를 먹지 않은 것은 나의 선택이었 다. 다른 채식주의자들처럼 환경을 위해, 동물권을 위 해,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한다는 멋진 이유는 아니었지 만 ‘나와 같은 그것을 먹어도 되나’라는 질문이 뇌리 에서 자꾸 스쳐서, 그래서 고기를 ‘못 먹기’로 선택했 던 것 같다.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카데 바의 모습이 내게서 다 지워졌고, 고민하던 질문이 더 고민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머릿속에는 질문으로 남아 있어서 어쩌다 가끔 생각나곤 한다. 3개월짜리 채식주의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는 대 학 교육의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교육 형 태의 변화는 대학 캠퍼스의 활동 전반에 심각한 위 축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대학의 다양한 학생 자 치 활동에 미친 영향이 심각하다. 현재 학생회와 동아리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상태다. 미대 학생회 패키지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 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 젝트 궂을 진행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0 년 9월 6일 자) 동아리연합회(동연)는 지난 1일 부터 19일까지 ‘2020 서울대학교 가을 동아리소 개제(동소제)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동 소제 웹사이트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대학신문』 2020년 9월 7일 자) 이렇듯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실 적인 제약으로 인해 많은 동아리의 활동이 중단 됐으며,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 역시 현격히 낮아졌다. 대 학의 교육은 단지 강의실에서의 수업뿐만 아니 라, 학생회, 동아리, 학회 활동 등의 캠퍼스 활동 을 통해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 비교과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코 로나19 사태에 대한 대학의 대응은 대학을 단지 수업의 공간으로 머무르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 자치 활 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고충이 크다. 코로 나19 사태로 인해 등교하는 학생이 적어지고, 다양 한 행사나 정기공연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학생 자 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다. 동아리에 속한 학생들 은 7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학생지원과와 동연 이 공동 주최한 ‘SNU Instagram 집콕 라이브’ 행사 에 참여하거나(인터넷 『대학신문』 2020년 7월 8 일 자), 동소제를 통해 홍보했다. 그들은 온라인으 로라도 활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이전 처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정은 학생회도 마찬가지다. 교수협의회 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2020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김현지 의장(자유전공학부·18)은 학생 자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할 것을 촉구하기 도 했다. (『대학신문』 2020년 9월 14일 자) 본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수업의 질적 개선의 노력과 함께 다양한 학생 자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단기적, 장기적 아이디어와 체계적 인 방안을 고안해 내야 한다. 동아리가 정기적으로 온라인 공연, 전시를 열 수 있게 장소와 플랫폼을 지원하거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 는 각종 대회나 캠페인을 더 많이 여는 것 또한 방 법일 것이다. 이를 통해 본부는 학생 자치 활동 운 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학생회 활동 및 동아리, 학회의 활동과 신입생 모집 등에 차질이 없도록 지 원해야 한다. 다양한 대학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학습하는 대학 캠퍼스의 본연의 역할을 확립하기 위해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진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취재부장 이다경 사회부장 정인화 학술부장 박지민 문화부장 황예정 사진부장 윤희주 발행인 오세정 주간 박성우 부주간 이지홍 편집장 양수연 부편집장 이현지 | 2020년 9월 21일 월요일 이다경 취재부장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도서정가제 개 선안은 서점·출판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 다.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가격 경쟁을 규제하고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들의 활성화하기 위해 2002 년부터 시행됐다. 몇 차례 개정을 거친 현재의 도 서정가제는 전자책을 포함한 모든 서적에 대해 정가의 10%까지만 직접 할인이 가능하고, 마일리 지 등의 간접 할인 5%를 추가해 최대 15% 이내 로 할인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1월 까지 도서정가제의 폐지, 완화 또는 유지 등의 조 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은 종이책의 경우 그동안 규제했던 도서전 할인 판매와 장기 재고도서 할 인을 허용하고, 전자책의 경우 할인율을 20~30% 로 확대하며 연재 중인 웹소설·웹툰은 완결 전까 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예외적으로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반발해 30여 개의 출판문 화단체는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개선안 폐지를 촉구 하고 있다. 지역의 독립서점 중심의 ‘전국동네책 방네트워크’ 등도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으로 문 체부 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와 서점·출판업계의 갈등은 기존의 합 의안이 일방적으로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심화했 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 까지, 문체부와 도서출판·전자출판·유통·소비자 단체의 대표·전문가들이 참여한 ‘도서정가제 보 완 및 개선 협의회’는 총 16차례 협의를 했고 주 요 사안에 합의했다. 10% 가격 할인 틀은 유지하 나 정가 재조정 시점을 출간 후 18개월에서 12개 월로 단축하고, 출간된 지 1년이 안 된 책은 중고 책방에서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이다. 그러나 최종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문체부 는 ‘소비자 후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지 난 7월 말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발표했 다. 장기 재고도서를 정리하고 일부 품목에 한해 할인율을 높여 소비자의 선택권 증진과 출판시장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정가제가 수정돼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출판계는 저가 도서 중 심의 시장이 서적의 질적 다양성을 하락시켜 장 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폭을 줄이고, 정가제 도 입 이전의 대형 유통업 중심의 도서시장으로 돌 아가게 될 것이라 강조한다. 인기도서나 수험서, 유아용 서적 등 수요가 높은 책들만 대규모 서점 의 할인 공세에 힘입어 시장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전자책 할인율 증대와 웹 출 판물의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조항은 출판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대기업 및 포털 등 거대 유통 플랫 폼의 시장 독점과 지배력을 강화해, 독창적인 서 적을 발간하는 중소 전자책 업체를 위협할 수밖 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체부는 문화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 로서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는 미디어 환 경을 산업정책에 적극 반영함과 동시에 서점·출 판업계의 다양성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개선안이 ‘개악’이 되지 않으려면, 문체부는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를 유지하면서 그 긍정적 효과를 지속시켜, 문화 생태계의 강화로 이어질 장기적 관점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힐 것이다. 도서정가제 개선안 성급한 법안 발의로 이어지지 않아야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다양한 학생 자치 활동 대학 본부의 지원 필요해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2011 11 14 15pdf.snunews.com/2011/201115.pdf · 2020. 9. 19. · 의견 구독신청 및 배달•광고문의(업무국) ☎ 880-5215 (구독료: 3만원/1년) 『대학신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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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52년 2월 4일 창간(주간)Seoul National University News

대학만평

15

기사제보 및 기사 관련 불편•불만 접수, 독자투고(편집국)

(우) 08826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75동 2층 대학신문사

☎ 880-5214 / E-mail [email protected] / 페이스북 메시지 @snupress / 인스타그램 DM @snu_news

맥 박

사 설

지난 1학기, 카데바 실습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

고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소 눈알과 돼지 심장을 해부할 때 크게 힘들지 않았

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첫 카데바 실습 일이었던 지

난 5월 8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혜화역에 내려 땀

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넘어 학교에 갈 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다. 실습실에 들어가 포르말린의 이상한

냄새가 겹쳐 쓴 두 개의 마스크를 뚫고 콧구멍으로

확 들어오자 왠지 모르게 등이 딱딱하고 차갑게 굳

는 기분이었다. 철로 된 차가운 침상 위 하얀 천을 교

수님이 걷어내자 눈을 감고 있는, 마치 자고 있는 것

같은 카데바를 볼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뭘 그렇게

까지 놀랐을까 싶지만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바

싹 마른 마지막 모습과 꼭 닮은 카데바가 의대생들

이 앞서 해부를 해 놓은 탓에 근육과 뼈가 적나라하

게 드러나 있는 모습이 당시엔 큰 충격이었다. 그래

도 수업 때 배웠던 근육들을 직접 찾고 관찰하는 것

에 집중하다보니 놀랐던 마음이 가라앉았고, 실제 근

육은 책 속 삽화와 꽤 달랐기에 실제로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참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8월 중순까지, 석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나는 고기를 씹을 수 없었다. 첫 카데바 실습을

담담하게 잘 끝내고 왔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실습

실에서 봤던 장면이 문득문득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소크라테스의 삼단논법에 따르면 나는 사람이기에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러면 나도 카데바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을 텐데, 고기의 살결과 해부된 카데바의 그것

은 너무도 똑같았고, 고기를 씹는 것이 마치 나의 일

부를 씹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것을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고기는 생각보다 많은 음식에 들어있었다. 대

부분의 식당 음식에는 고기가 들어있었고, 자취방에

서 매일같이 먹던 180초 카레에서도 동그랗고 작은

고기를 발견했다. 누군가 잘만 먹던 고기를 어느 날

돌연 못 먹겠다고 하면 나 같아도 궁금했겠지만, “고

기를 왜 안 먹냐”는 질문에 매번 답하는 것도 꽤 번거

로웠다. 골 때리는 점은 “네가 고기를 못 먹으니까 고

깃집은 가지 말자” 따위의 자연스러운 배려에서도 괜

히 마음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서 기억은 점

점 옅어졌다. 카데바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아무리 애

를 써 봐도 누군가 그 기억을 훔쳐 간 듯 떠오르지 않

게 된 지난 8월 중순 즈음부터는 슬슬 고기를 씹을 수

있었다. 이제는 입에 넣고 꼭꼭 씹고 있더라도 그것과

그것이 같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5월 8일에 같은

실습실에 있었던 주변 동기들에겐 별일이 없는 걸 보

면, 별일이 아니었는데 뭘 그렇게 유난이었을까 싶기

도 하다. 그때의 나는 지금 고기를 씹어 먹고 있는 지

금의 나를 보면 기겁했을 텐데, 지금의 나는 그때 고

기를 씹기 무서워하는 내가 참 신기하다.

겉으로 보기엔 의도치 않은 채식일 수 있지만, 곰곰

이 생각해보면 고기를 먹지 않은 것은 나의 선택이었

다. 다른 채식주의자들처럼 환경을 위해, 동물권을 위

해,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한다는 멋진 이유는 아니었지

만 ‘나와 같은 그것을 먹어도 되나’라는 질문이 뇌리

에서 자꾸 스쳐서, 그래서 고기를 ‘못 먹기’로 선택했

던 것 같다.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카데

바의 모습이 내게서 다 지워졌고, 고민하던 질문이 더

고민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머릿속에는 질문으로

남아 있어서 어쩌다 가끔 생각나곤 한다.

3개월짜리 채식주의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는 대

학 교육의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교육 형

태의 변화는 대학 캠퍼스의 활동 전반에 심각한 위

축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대학의 다양한 학생 자

치 활동에 미친 영향이 심각하다. 현재 학생회와

동아리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상태다.

미대 학생회 ̒패키지̓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

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

젝트 ̒궂̓을 진행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0

년 9월 6일 자) 동아리연합회(동연)는 지난 1일

부터 19일까지 ‘2020 서울대학교 가을 동아리소

개제̓(동소제)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동

소제 웹사이트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대학신문』 2020년 9월 7일 자) 이렇듯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실

적인 제약으로 인해 많은 동아리의 활동이 중단

됐으며,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 역시 현격히 낮아졌다. 대

학의 교육은 단지 강의실에서의 수업뿐만 아니

라, 학생회, 동아리, 학회 활동 등의 캠퍼스 활동

을 통해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

비교과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코

로나19 사태에 대한 대학의 대응은 대학을 단지

수업의 공간으로 머무르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 자치 활

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고충이 크다. 코로

나19 사태로 인해 등교하는 학생이 적어지고, 다양

한 행사나 정기공연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학생 자

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다. 동아리에 속한 학생들

은 7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학생지원과와 동연

이 공동 주최한 ‘SNU Instagram 집콕 라이브’ 행사

에 참여하거나(인터넷 『대학신문』 2020년 7월 8

일 자), 동소제를 통해 홍보했다. 그들은 온라인으

로라도 활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이전

처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정은 학생회도 마찬가지다. 교수협의회

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2020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김현지 의장(자유전공학부·18)은 학생

자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할 것을 촉구하기

도 했다. (『대학신문』 2020년 9월 14일 자)

본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수업의

질적 개선의 노력과 함께 다양한 학생 자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단기적, 장기적 아이디어와 체계적

인 방안을 고안해 내야 한다. 동아리가 정기적으로

온라인 공연, 전시를 열 수 있게 장소와 플랫폼을

지원하거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

는 각종 대회나 캠페인을 더 많이 여는 것 또한 방

법일 것이다. 이를 통해 본부는 학생 자치 활동 운

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학생회 활동 및 동아리,

학회의 활동과 신입생 모집 등에 차질이 없도록 지

원해야 한다. 다양한 대학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학습하는 대학 캠퍼스의 본연의 역할을 확립하기

위해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진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취재부장 이다경 사회부장 정인화 학술부장 박지민 문화부장 황예정 사진부장 윤희주

발행인 오세정 주간 박성우 부주간 이지홍 편집장 양수연 부편집장 이현지

| 2020년 9월 21일 월요일

이다경 취재부장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도서정가제 개

선안은 서점·출판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

다.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가격 경쟁을 규제하고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들의 활성화하기 위해 2002

년부터 시행됐다. 몇 차례 개정을 거친 현재의 도

서정가제는 전자책을 포함한 모든 서적에 대해

정가의 10%까지만 직접 할인이 가능하고, 마일리

지 등의 간접 할인 5%를 추가해 최대 15% 이내

로 할인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1월

까지 도서정가제의 폐지, 완화 또는 유지 등의 조

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은 종이책의 경우 그동안

규제했던 도서전 할인 판매와 장기 재고도서 할

인을 허용하고, 전자책의 경우 할인율을 20~30%

로 확대하며 연재 중인 웹소설·웹툰은 완결 전까

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예외적으로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반발해 30여 개의 출판문

화단체는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개선안 폐지를 촉구

하고 있다. 지역의 독립서점 중심의 ‘전국동네책

방네트워크’ 등도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으로 문

체부 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와 서점·출판업계의 갈등은 기존의 합

의안이 일방적으로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심화했

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

까지, 문체부와 도서출판·전자출판·유통·소비자

단체의 대표·전문가들이 참여한 ‘도서정가제 보

완 및 개선 협의회’는 총 16차례 협의를 했고 주

요 사안에 합의했다. 10% 가격 할인 틀은 유지하

나 정가 재조정 시점을 출간 후 18개월에서 12개

월로 단축하고, 출간된 지 1년이 안 된 책은 중고

책방에서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이다. 그러나 최종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문체부

는 ‘소비자 후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지

난 7월 말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발표했

다. 장기 재고도서를 정리하고 일부 품목에 한해

할인율을 높여 소비자의 선택권 증진과 출판시장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정가제가 수정돼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출판계는 저가 도서 중

심의 시장이 서적의 질적 다양성을 하락시켜 장

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폭을 줄이고, 정가제 도

입 이전의 대형 유통업 중심의 도서시장으로 돌

아가게 될 것이라 강조한다. 인기도서나 수험서,

유아용 서적 등 수요가 높은 책들만 대규모 서점

의 할인 공세에 힘입어 시장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전자책 할인율 증대와 웹 출

판물의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조항은 출판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대기업 및 포털 등 거대 유통 플랫

폼의 시장 독점과 지배력을 강화해, 독창적인 서

적을 발간하는 중소 전자책 업체를 위협할 수밖

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체부는 문화산업 전반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

로서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하는 미디어 환

경을 산업정책에 적극 반영함과 동시에 서점·출

판업계의 다양성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개선안이 ‘개악’이 되지 않으려면, 문체부는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를 유지하면서 그 긍정적

효과를 지속시켜, 문화 생태계의 강화로 이어질

장기적 관점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힐 것이다.

도서정가제 개선안성급한 법안 발의로 이어지지 않아야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다양한 학생 자치 활동대학 본부의 지원 필요해

김채영 기자 [email protected]